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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Dec 21. 2023

비타민 같은 아이 (6)

밀키트

 연말이 되면 교사의 통제력이 한계에 이른 것인지 아이들의 자율성이 증폭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좀처럼 아이들을 학습에 집중시키기가 쉽지 않다.


 유일한 해결책은 당근이다. 학급 운영비로 많은 간식을 사서 쟁여두었다. 그것으로 부족하다 싶어 특별한 떡볶이 간식까지 구매했다.


 어제 국어책 마지막 연극 공연을 했고 학생들이 뽑은 우수 학생에게 떡볶이 재료를 나눠주었다

 나머지 학생들에게도 과자를 주었다. 가격 차이는 없었다. 단지 아이들이 떡볶이를 더 좋아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비타민 같은 아이는 작지만 당차다. 연극도 눈에 띄게 했다. 친구들의 추천으로 떡볶이도 당연히 받아갔다.


 요새 감기로 컨디션이 엉망이라 학생들 앞에서 정말 겨우겨우 서 있었다. 오늘도 헤롱거리다 쉬는 시간 교탁에 엎드려 있으니 또 쪼르륵 달려온다. 내 이마에 손을 대더니 "아파요?" 묻는다. "열나는데!" 괜찮다 했더니 열이 나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어제 떡볶이는 잘 먹었냐 물었더니 엄마가 김밥까지 사주셔서 맛있게 먹었단다. 그리고 키득키득 웃는다. 뭐가 재미있나 싶어 쳐다봤더니 귓속말을 하겠다며 귀를 달란다.

 "근데요. 학원에서 담임선생님이 떡볶이 밀키트를 어떻게 잘 알고 주시는지 신기하시대요."

 이 녀석 떡볶이 이야기를 여기저기 흘리고 다녔나 보다. 내가 한 일은 부모님 말고는 절대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더니 "싫은데요."라며 잽싸게 달아난다.


 학원 강사는 아마도 내가 주부인 줄 알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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