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난다고 출판계약서 작성하고 원고 수정 의견이 오면 최대한 반영하려 했다. 첫 책을 출판한다는 기쁨에 마음이 한없이 넓어졌다.
출판사의 요구는 이야기 배경의 대폭적인 변경이었다. 최대한 맞춰보려 다짐했건만 코멘트를 모두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배경을 바꾸기 시작하니 전반적인 스토리까지 함께 틀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처음 동화를 썼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글이 흘러가고야 말았다. 이건 무리다 싶었다.
그래서 결국 수정 제안마다 조목조목 나름의 내 견해를 밝혔다. '서로 조율이 안되면 선인세 돌려주지!'라는 마지막 패까지 쥔 채로.
회신 메일을 보낸 뒤 반쯤 포기했다.
"에라 나도 모르겠다."
오후에 답신 메일을 받고 알았다. 출판사의 제안은 의견 게진일뿐 가이드라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워낙 하달식 시스템에 익숙하다 보니 혼자만의 오해를 했었나 보다. 난 얼마나 명령 복종에 친숙하게 살아왔기에 이리도 지레짐작을 하면서 혼자만의 고민을 한 건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