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만 커지고 생각은 자라지 않았다.

무늬만 어른이다.

by Aheajigi

비둘기는 흰색 깃털이 회색 깃털로 바뀌면 성체라 한다. 사람은 나이가 20살이 넘으면 그냥 어른이라 한다. 왜 스무 살이 어른의 척도인지도 그건 정말 모르겠다.


적어도 어른이라면 세상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며 모든 행동을 이성적 사고하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 신기하게도 이 중요한 척도는 어른이고 아니고의 여부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야. 이 Dog Baby야!"

제주도에서 어린아이를 안고 있던 아빠로 보이는 사람이 자녀로 보이는 아들을 부른 말이었다. 그때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란 건 아빠의 거친 언행이 아니었다. 차가 질주하는 도로를 살피지도 않고 뛰어든 아이의 행동으로 교통사고가 날뻔했음에 다들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별일은 없었지만, 급하고 불안한 마음에 튀어나왔을 그 한마디는 이후에 나에게 한참 묘한 여운을 남겼다. 왠지 모를 찝찝함이었다. 내가 욕한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어른답지 못하다."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내가 어른이라는 확신은 없다. 남의 한마디에 계속 신경이 쓰였던 까닭은 나도 그 아빠와 별반 다르지 않음에서 비롯된 듯 싶다.


'여전히 내가 무늬만 어른은 아닌지 & 아빠의 자격을 과연 내가 충분히 갖추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