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heajigi Feb 08. 2024

미쳤나 봐!

당신은 멀쩡하고


"집에서는 ~~ 서 걱정이에요."

"학교는 집이 아니라서 척을 합니다."

 모두들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어린 학생들 또한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가면의 세련미가 조금은 어설프다 정도일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다들 마음의 병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고픈 말과 행동을 숨기고 척을 하다 보니 말이다. 인간이 누군가를 만나서 수다로 풀어내려는 것은 마음에 응어리를 풀어내기 위함이지 싶다. 

 풀어내고픈 이에게 직설적으로 터뜨려야 해결의 실마리라도 있을 텐데 다들 그런 용기가 없다 보니 애꿎은 지인들만 귀에서 피가 날 지경일 것이다.


 웃으면서 할 말을 다하면 좋으련만 난 그게 잘 안된다. 빈정 상하고 쌓이고 쌓인 감정은 결코 쉽게 그럴 수 없게 한다. 수다를 즐기면 좋으련만 누군가를 잘 만나지도 않고 살던 곳을 떠나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수다 떨 대상이 없기도 하다. 해서 가끔은 이런 감정 찌끄러기가 쌓이고 쌓이다 한계에 이르면 분출한다. 난 분노 게이지를 상승시킨 그 자에게 퍼붓는다.

 이때 흔히 듣는 말이 "미쳤나 보다."이다. 정상 범주안에서 잘 살아오다 미친 인간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 감정을 폭발시키는 그때이다. 태생부터 내가 미친 게 아니었건만 그간 해온 모든 것들을 뒤로한 채 순간의 폭발이 한 사람을 완전히 돌아이로 만들어 버린다.

 이후 상황은 더 웃기다. 나를 미치게 만든 그는 오랜 기간 나를 괴롭힌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입에 담기도 싫기에 난 가만히 있는 반면 그 자는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본인의 있지도 않은 억울함을 토로하며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 간다.

 물론 그 자는 모를 것이다. 자신에 대한 평판이 얼마나 난잡한지를 말이다. 앞에서야 들어주니 동조한다 착각할 테지만 스스로 쌓아 올린 삶의 역사가 일순간에 변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그 자의 입에서 오르내린 나에 대한 평판도 같은 부류로 취급되니 실상 득은 없다.


 누군가 나에 대한 평판을 면전에서 에둘러 말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돌고 돌아 들려온다. 맞받아 칠 수 없는 조건이다. 풍문을 옮기는 이들에게 들렸으면 싶어 말을 퍼뜨리는 사람의 평판은 멀쩡한 것 같은지 궁금하다며 되돌아가 들으란 듯 내뱉어 본다.


 세상이 한참을 흘러왔건만

꼴 같지도 않은 것들이

능력에도 맞지 않는 자리에서

한심한 작태를 자행하는 일이

변함없이 일어나는 것을

막지 못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 이제는 한심함을 맞상대하지 않으려 피하고 돌아가고는 있다. 내가 회피한 것들이 다른 이에게도 상당한 스트레스가 됨을 모르지 않으나 미친놈 취급을 계속 받기에 이젠 육체도 정신도 많이 부실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이 오는 것이 꽃 피는 현상으로 귀결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