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heajigi Feb 05. 2024

인생에 묘수가 있을까?

곤마가 아니면 다행이다.


 바둑 용어를 썼지만, 제대로 배운 바둑이 아니기에 사실 난 바둑을 모른다가 맞다. 군대 말년 할 일이 없어 바둑돌을 만지기 시작했다.


 글로 배운 연애위태롭듯 책으로 배운 포석과 행마는 늘 말썽을 부렸다. 글과 책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다. 글로 접하고 책으로 이해하는 범주가 내가 대하는 대상과 접점이 없음에 예상치 못한 여러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짧은 깊이로 상대했으니 어찌 보면 곤경에 처함은 당연했다. 경험부족이 가장 큰 난재였다.


 한 번뿐인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삶에 충분한 경험이 있을 리 만무하다. 반복되는 일상이라 뭉뚱그려 말하지만 매일매일은 사실 엄연히 다르다.

능수능란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실수와 오판만 가득한 내 삶에 지혜가 없음은 과거에도 또 현재에도 아쉽다. 묘수가 있었으면 싶은 요행을 바랄 때도 있었지만 당첨되지 않는 로또처럼 마냥 기다릴 일은 아니었다.

 이제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곤마가 아니라면 다행이라 여기고 산다. 실수는 언제나 내 옆에 붙어있음을 자각하고 인정하며 수습하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덮거나 외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잘하는 것이라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가 들면 과거를 먹고 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