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heajigi Apr 14. 2024

꼬맹이들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보고 있자니

맞는 곳이 있겠거니!

그만하고 쉬라 말한다. 그래도 자정을 넘기고 있으니 아내나 나나 아들이 걱정이다. 중학교 2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아들은 학원숙제와 시험준비로 분주하다. 공부를 잘하라고 압박한 적도 없는데 잠도 못 자고 있으니 걱정이다. 뒤쳐지는 게 싫다는 아들의 말에 꼭 공부가 아니라도 성실하면 뭐라도 할 테니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 말해주기는 했다. 성적에 대해서도 열심히 준비한 과정이 더 중요하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수차례 말했지만 아들은 스스로 성적에 대한 상당한 압박을 느끼고 있어 걱정이다. 행여나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모든 것을 놔버릴 수도 있겠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래서 시험 결과에 대해 고생했다고 말할 뿐 어떤 것을 더 노력하면 좋겠다는 말은 생각조차 안 한다.


반면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은 천하태평이다. 세상이 만만해 보이는 것인지 쉬는 시간과 공부 시간 통틀어 어떤 장난을 칠까만 고민하는 모습이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생각하다 깨달았다.


내 삶은 녹녹하지 않았다. 아내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이야 외부 영향이 없다면 평온하게 보내고 있지만 학창 시절 삶은 매서웠다. 그때는 삶의 순간순간이 폭신하고 안정적이기보다 날카로운 칼날 위에 서있지 싶었다. 과외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했고 잠을 줄여가며 대학 생활을 이어갔다. 여행은 고사하고 여유로움은 사치였고 쉬는 날도 일 아니면 학업에 몰두했다. 그래야 위태롭게 매달린 삶에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리라 체감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면 안정적으로 보이는 직장 생활도 주어진 일 처리를 깔끔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이 있었다. 인대가 늘어나고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겨 퉁퉁 부어오른 발 상태를 하고서도 목발을 짚으며 출근을 강행했다. 치료를 제대로 했어야 했건만 말이다. 그 결과 15년도 넘었지만 아직도 오른쪽 발목은 온전치가 않아 이젠 달리기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삶을 대하는 지나친 진정성이 아내나 내 행동양식에 깊게 배어있으니 이 영향을 아들도 고스란히 받았지 싶다.


내가 가르치는 꼬맹이들이 태연함을 넘어 나태한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양육자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물려받을 재산이라도 많으면 괜찮을 텐데 전혀 그런 상태가 아님에도 이러고 있으니 어쩌려나 싶다.


이영표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학생을 대상으로 강연했던 말을 학생들에게 자주 인용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반드시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 하나는 해야 할 일이고 다른 하나는 하고 싶은 일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면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면 이후 평생 해야 할 일을 하게 된다."


모두가 알아들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제 몫을 다하는 녀석들만 듣고 정작 들어야 할 녀석들은 딴짓에 열일이다. 뭐 하러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반문한다.


이 녀석들 모두가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될 수는 없다. 그런 세상이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은 모두 피할 테니 거리는 쓰레기로 넘쳐날 테고 아무도 위협하는 범죄자를 잡지 않을 테니 외출은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 될 것이다.

누군가 땀 흘려 청소를 해주시니 쾌적하게 거리를 누비는 것이고 자신의 생명까지 내놓으며 사람을 구하고 범인을 잡는 힘든 일을 해주시니 안심하고 생활하는 것이다.

이 녀석들 모두 맞는 포지션이 있을 테니 내려놓아야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선생님 00이가 욕하는데요."

"쌤 00이가 발로 차요."

넌 미래에 어떤 포지션을 하려고 이러는 것일까!

2024년 화창한 봄날이 또 이렇게 흘러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태어나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