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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Jun 05. 2024

생활지도? 지랄을 해라!

교사인지 자질구레한 일들의 처리반인지?

사람의 능력치는 한계란 것이 있다. 한쪽에 신경을 쓰면 다른 쪽은 소원해지기 마련이다.

병원행으로 자리를 비우면 사건이 터진다. 지난달은 두건의 돈문제가 있었고 오늘은 폭력 사건이다.


한 아이는 계속 바닥에 앉거나 교실로 들어오려 하지도 않는다. 수업시간이면 딴짓을 하지 말라는 잔소리로 시간을 허비한다. 모둠원끼리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설명을 들어야 하건만 절반 이상의 학생이 몽롱한 상태다.


어느 정신 나간 머저리가 학생들의 생활문제까지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서 이 혼돈을 만들었는지 모가지를 비틀고 싶은 심정이다. 아동학대를 아주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학부모들의 재량 덕에 손을 쓸 수단도 딱히 없다. 교육은 교육대로 겉돌고 생활 관련 문제는 계속 해결해 달라며 난리다. 학생들 싸움문제까지 교사가 끼어들어야 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사소한 일도 폭력으로 되갚는 녀석을 두고 교사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맞았다는 피해자는 계속 발생하고 이 문제는 계속 진행형이다. 이 상태가 반복되는 까닭은 교사인 내게 방법이 없음이 가장 크다. 내가 나서면 그 순간 아동학대로 고발당할 것이 뻔하다. 학생도 양육자도 잘 알고 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잘(?) 자라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면 경찰서를 왕래할 가능성이 높을 듯하여 우려스럽긴 하다. 그럼에도 내겐 아무런 권한이 없다.


엄한 일에 신경이 쓰이니 수업은 계속 겉돈다. 내가 어디에 포커스를 둬야 할지 아리송하다. 내 말은 귓등으로 듣나 싶으니 정말 의욕도 사라진다. 교사란 직업적 양심으로 가르치는 데 있어서 소홀하지 않으려 스스로를 다잡고는 있다. 그럼에도 잘 배우기를 기대하거나 꿈꾸지 않는다. 허황된 것에 기대를 걸기에 난 너무 많이 지쳐있다.


학생 간 분란을 학교로 끌고 오는 순간부터 교육은 산으로 가고 있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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