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또 뭘 끄적거렸나 보다. 딱 커피 쿠폰만 노린 것인데 원하지도 않게 계획서가 통과되어 버린 것이다. 주제가 뭐였나 기억도 안 난다. 10분 끄적인 글이 떠오를 리 없다. 신청서를 비롯한 서식을 보내란 메일을 받고 망설였다.
보고서 100페이지에 대한 부담감이나 아이디어 부실이 망설임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다. 개략적 얼개는 이미 수년전에 완성해 두었던 것이다. 시기와 범주를 두고 고심하다 민원으로 난리치는 학교현장에 넌덜머리가 나서 보류했던 것이다. 할까 말까를 며칠에 걸쳐 고심한 까닭은 어렵고 힘들다 징징거릴 학생들과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인식하지 못하는 그들의 양육자들이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No pain No gain"
이건 걸음마만 떼었어도 몸으로 체득할 기초적 상식이다. 자녀가 깨닫지 못했다면 부모라도 알려줘야 함이 기본일 텐데.
현실은 조금만 힘들다고 아이가 투덜거리면 뭐든지 앞장서는 부모란 자들이 공부 자체를 회피하도록 교사를 압박한다.
소수의 멀쩡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시작은 하지만 마무리까지 기대하지는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태클이 들어오면 시원하게 내동댕이 처버릴 것이다.
애쓰고 욕먹는 멍청한 짓거리를 더는 반복하지 않고 싶다. 이젠 몸도 마음도 예전처럼 멀쩡하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