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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Aug 10. 2024

이게 아닌데.

아차! 싶었다.

 명백한 나의 실수다! 이걸 바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정말 10분 끄적거렸다. 무성의하게 툭 던지듯 제출했는데 덜컥 붙을 줄은 몰랐다. 커피쿠폰 하나 노린 것이 엄청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건 분명 제출자가 없어서였을 것이다. 실력으로 붙었다기에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아등바등 발버둥처야 겨우 하나 얻어낼까 말까 한 삶을 여태껏 살아왔다. 내 능력치는 뛰어나지 않음을 노력으로 겨우 버텨낸 삶임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분명 100페이지라는 분량 제한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각종 대회들의 보고서 분량은 십여 년 전부터 대폭 줄어들었다. 응시자가 감소한 원인을 분량에서 찾은 듯이 보였다.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요구하는 내용은 대부분 50페이지 미만이었기에 분명 이 대회 지원자가 적었을 것이다.


 이점을 사전에 간파했어야 하는데 습관처럼 커피쿠폰이나 얻겠다고 계획서를 끄적인 내 실수다.

내게 있어 분량보다 부담스러운 것은 지도 과정이다. 연구 주제를 세팅하는 것까지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연구를 적용해야 할 학생과 그들의 양육자 반응이다.


 해당 연구가 학생들의 학습역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힘도 들고 귀찮기에 학생 반발이 생길 것은 자명하다. 노력이 민원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결코 내게 달가운 일이 아니다. 열정을 다해서 얻어지는 것이 욕받이라면 아니한 만 못한 것일 뿐이다.

이런 이유로 15년 가까이해 왔던 수업연구를 손에서 내려놓은 것이다. 가르칠 때보다 더 바쁜 방학을 보냈던 것이 후회스러웠던 이유도, 그래서 행해왔던 많은 것을 놓아버린 까닭도 이 때문이다.


며칠을 고심하다 질러놓은 일에 그래도 책임을 다하는 척은 해야 할 듯싶어 학습 모형을 개발하고 세팅은 하고 있다. 시작은 해보고 반응이 좋지 않으면 해당 업체에 상황을 설명하고 포기하면 그만이라는 실현 가능성 높은 복안을 마련해 두었다.


제출했는지 기억도 못한 끄적임 덕에 방학이 고달파지고 있다. 정말 가벼운 손을 붙들어 매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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