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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Aug 10. 2024

다시 만날 줄 알았다.

이 아이와 멀어지려 했던 이유.

스펀지 같은 녀석!

한가로운 녀석으로 보였다. 방과 후 딱히 스케줄이 없어 또래들과 어울렸다. 수업 참여도나 성실성이 있어 보여 글쓰기를 권해보았다. 싫다고 반응했다면 난 절대 잡지 않았을 것이다. 쿨하게 "네"라고 대답했고 방과 후 지도를 시작했다. 아이의 엄마 또한 흔쾌히 응해주어 시작은 순조로웠다. 중간에라도 포기할 수 있었기에 언제까지 지속될는지는 나조차도 확신하지 못했다.


1년 글쓰기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고 이 녀석과는 별도로 글쓰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차츰 레벨을 올렸다. 11살 4학년 수준을 한참 끌어올린 난이도였다.

 묘사가 어색한 때가 있었다. 이 녀석을 데리고 복도로 향했다. 공개수업 때 엄마가 오는 것을 싫어한다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엄마는 어디에 서서 어떤 행동을 했을까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텅 빈 공간을 본인의 이야기 속 장면으로 만들고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내게 말했다. 한마디 설명만으로 몰입하여 아웃풋을 해내는 녀석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질문을 통해 생각하게 만드는 나의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하는 녀석이라 너무 이뻤다. 첫 동화 공모전 대회에서 대상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렇게 예뻐라 했던 녀석을 학년이 올라감과 동시에 멀리했다. 물론 내가 타학교로 전출이 있었기도 했다. 이 녀석의 학부모는 멀리 있더라도 계속 아이 글쓰기 지도를 해주었으면 바랐지만 당시의 나는 더 이상 가르칠 무엇인가가 없었다. 내가 가르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 녀석이 흡수했기 때문이다. 이런 녀석에 대한 미련은 분명 다음 해 아이들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질 것이 뻔했다. 그래서 이 녀석과의 연락을 내가 먼저 차단했다.


 교사에게 있어 성장이 가시적으로 보이는 아이를 만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이 녀석 이전 그리고 이후에도 이런 마음에 쏙 드는 아이들을 만난 적이 없다. 25년 경력에 아니 퇴직할 때까지 또다시 이런 녀석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한동안 잊고 지내긴 했다.


 5학년 올라가며 헤어진 이 아이가 벌써 고1이 되어 찾아오겠다 연락을 해왔다. 녀석이 전화번호를 바꾼 탓에 연결이 된 모양이다. 막연히 미래 어느 시점에 한 번은 만날 것이라 예견은 했다.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찾아온 녀석은 내신 1등급이라는 흡족한 소식을 알려왔다. 이전에도 유사하게 지도했던 녀석이 전교 7등을 했었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바르게 그리고 건강하게 자란 녀석이 기특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나도 모르게 자꾸 추억을 먹고 살아가려 하고 있지 싶다. 이 녀석을 또 잊어야 가르치고 있는 녀석들에게 실망하지 않을 텐데. 정말 큰 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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