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따랑해요!"
교실 밖으로 빈번하게 벗어나서 1학기 내내 신경 써야 했던 꼬맹이가 내 팔짱을 끼더니 이렇게 말한다. 고맙다고 대답은 했지만 이런 급격한 온도변화가 쉽게 적응되지 않는다.
"쌤! OO이가 변했어요."
"왜?"
"쌤한테 따랑한다잖아요."
"따랑해는 네가 먼저 시작한 거잖아!"
"그런가?"
눈도 마주치지 않았던 아이다. 받아쓰기를 시작하고서부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래서 우리 반은 받아쓰기 대신 독서를 해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아이가 학교 밖으로 탈출하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고로 앞으로도 받아쓰기는 불가능하다.
가정폭력으로 이혼을 했고 아이의 어머니도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상담과 관심이 이렇게 한 가정을 빠르게 변화시킨 것인지 아직은 확신하지 못한다. 다만 아이가 보았을 폭력적인 아빠라는 존재, 정 보다는 미움이 컸던 남자 어른에 대한 각인이 조금이나마 흐릿해지길 바라본다. 그나저나 팔에 매달리는 아이가 갈수록 늘어간다. 내 팔자에 딸은 없었는데 해마다 만나는 녀석들이 딸 역할들을 하고 있으니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