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아무 일도 아닐까!
아내와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이유
리조트에 쉼을 찾아왔다. 심한 배탈 탓에 온종일 누워있다가 조금 안정되어 가족과 나갔다.
노랫소리에 발걸음을 옮겼고 밤바다를 보며 들었다. 웬 남자아이가 가수 옆에서 춤을 춘다. 아무도 침범하지 않았던 가수의 무대를 밟은 것이다.
혼란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총성이었다. 삽시간에 다른 꼬맹이들까지도 이 모습을 보고 같은 행동을 취했다. 잠재적으로 통용된 틀에 금이 가기 무섭게 깨져버린 것이다. 결국 가수의 라이부 무대가 순식간에 아이들 재롱잔치가 되어버렸다.
행여나 꼬맹이들이 다칠까 신경 쓰던 가수는 노래에 집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를 보다 못한 직원이 아이들을 바깥으로 내보냈다. 딱 한 녀석만 빼고 말이다. 직원이 바깥으로 나가달라 안내하자 이 아이는 직원 팔을 뿌리치며 완강히 버텼다. 결국 다시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한 편의 난장판을 보았다.
무대 위 아이들 양육자들은 이런 모습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인지 한동안 수수방관 했다. 몇몇 부모들은 몇 곡의 노래가 지나간 뒤에야 아이들에게 손짓을 하며 나오란 신호를 보냈다. 물론 단호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왜 불러내는지 갸우뚱한 모습이다. 틀을 깨부슨 아이는 엄마로 보이는 어른의 손길도 완강하게 버텨내고 있으니 가관이다.
물론 저런 일이 법을 어기거나 범죄를 저지른 것은 물론 아니다. 아주 소소한 일이 맞긴 하다.
아내와 내가 고개를 가로저은 이유는 성장하면서 어떤 모습을 드러낼지 다음 스텝이 예견되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아이들을 상대하는 아내와 난 고삐 풀린 망아지가 교실에서 어떤 행동양식을 보이는지는 너무도 자명하게 안다. 이런 부류의 아이들이 망쳐놓은 교실의 룰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확산되어 통제가 불가능한 지경을 만들고야 만다.
수업을 할 수 없는 교실붕괴가 일어난다.
나의 쉼을 일에 대한 고심으로 바꿔주는 놀라운(?) 녀석을 보니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