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버지의 수술 날이다. 직장에서 입원하신 병원까지 한 시간 반이 소요된다. 조퇴 후 출발해서 변수가 발생하지 않아야 도착이 가능하다.
어제까지도 수술 예정시간이 이리저리 변동되어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시동을 켜자마자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운전석 앞바퀴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다.
'하필! 오늘!'
스트레스를 받은 까닭은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수술은 보호자 동의서 작성이 필수다. 약속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아버지 수술은 미뤄질 것이 뻔했다. 촉박한 오늘 타이어에 문제가 생기다니 기가 막혔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생각했다. 펑크라면 타이어 교체 혹은 구멍을 메워야 한다. 기온차로 발생한 타이어압 감소라면 보충하면 된다. 그러나 양쪽 모두 시간이 걸리고 이를 해결한다고 타이어 가게에 들어갔다가는 제시간 도착은 불가능했다.
학교 근처 정비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문제는 경고등이 타이어 펑크인지 아닌지 여부다. 핸들을 왼쪽으로 틀어 타이어 바닥을 확인했다. 한 바퀴 전체 확인한 결과 구멍의 흔적은 없었다. 정비소로 가니 여러 대 차량이 리프트업 되어있는 것이 보였다. 정차하기도 전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차를 세우고 일하시는 정비사님께 타이어압 보충이 가능한지 물었다. 하시던 일을 멈추시고 타이어에 공기를 보충해 주신다. 서둘러 결재를 하려 했다니 그냥 가란다. 감사함을 보여야 하는데 커피숍에 들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커피는 이틀 후에 꼭 드리려 한다.) 일단 인사만 드리고 출발했다. 5분 남짓 짧은 시간에 해결해 주셔서 다행스레 늦지 않게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지금 수술실에 계신다.
그닥 크지 않은 일들에 마음을 쥐어짠 것은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나의 짙은 성향 때문이다.
엄한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감정을 쥐어짜고 있으니 참 한심하다.
삶에서 의도치 않은 변수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임에도 그것에 힘들어하고 있으니. 내가 내 목을 조르는구나 싶다.
'별일 없을 것이다.'
'다 잘 될 것이다.'
'누구나 이런 일을 겪음에도 다들 잘 이겨낸다.'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다. 아마 수술이 끝날 때까지 어릴 듯.
다이내믹한 긴 히루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