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 우연은 없나니

by Aheb

저는 이따금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선물에 깜짝 놀라곤 했습니다. 하나님의 기묘하심과 섬세하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었는데요. 사실 원래 오늘 업로드할 콘텐츠는 다른 주제였지만, 업로드 일자가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좀 더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을 전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아무 날도 아니었기에, 더 선물과 같았던 저의 간증의 순간을 나눠볼게요.




중국 한 작은 도시의 가판대 여인

저는 1년간 중국의 한 소도시에서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복학하여, 한 학기를 보낸 상태였습니다. 중국어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심화 강의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는데요. 충격을 받은 저는 방학 기간에 짧게라도 다시 현지로 돌아가 감각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배낭 하나 메고 중국에 홀로 들어갔어요. 한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에 짐을 풀고 매일 북적이는 거리로 나갔습니다. 길에는 군중 앞에서 기예를 뽐내는 사람, 1위안짜리 간식을 파는 노점, 어르신들이 카드놀이를 즐기는 벤치 등이 펼쳐졌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곳마다 기웃거리며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그러다가 거리의 한 귀퉁이, 지붕도 없는 작은 가판대에서 신문과 잡지를 팔고 있는 한 아주머니를 발견했습니다. 가판대 옆 리어카에는 전국 각지에서 인쇄된 각종 신문이 한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그 아주머니께 신문 한 부를 구입한 후, 옆에 가만 앉아있어도 되냐고 여쭸습니다. 신문도 읽고 손님들과 아주머니가 나누는 대화도 들을 생각으로요. 아주머니는 저를 한참 바라보더니, 그러라고 허락해 줬습니다.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저는 이곳저곳을 돌다가 마지막에는 꼭 신문 가판대를 찾았습니다. 어느 날부터는 아주머니와 함께 점심 도시락을 까먹게 됐습니다. (제 도시락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산 너겟과 감자튀김 정도를 가지고 가는 수준이었지만요.) 30분에서 1시간, 2시간, 3시간… 제가 가판대를 머무르는 시간도 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삶을 묻고 답하게 되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남편과 사이에 중학생 딸 하나가 있다고 했습니다. 공부도 잘 하지 않고 매일 친구들과 놀러 다니거나 연예인을 좋아해서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술을 좋아하고 말수도 적은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가끔 너무 취해서 주먹으로 때릴 때도 있지만 본심은 순진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신문 가판대는 아무나 맡을 수 있는 게 아닌데 운 좋게도 좋은 일자리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배정된 가판대 위치도 만족스럽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아 일하기 딱 좋다고요.


가판대 뒤에는 작은 이발소가 있었는데, 거기서 수습으로 일하는 젊은 청년은 넉살이 좋았습니다. 매일 가판대를 찾는 저를 눈여겨 보더니, 기어코 말을 걸어 소개를 받고야 말았지요. 남자는 묻지도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이발소 사장에 대한 불만도 살짝 털어놨습니다. 그렇게 가판대 토크 크루는 3명이 되었습니다.


몇날 몇일이 지나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용돈을 털어 선물 몇 가지를 구입한 후, 마지막으로 가판대를 찾았습니다. 선물도 선물이지만, 제 마음속에는 예수님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꽉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중국에서 기독교 복음 전파는 불법입니다. 경찰 신고를 받으면 바로 구속될 정도의 사안입니다. 두려운 마음이 컸지만, 아주머니께 만큼은 꼭 전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주머니 옆에 앉아, 저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주머니, 저는 기독교인이에요. 혹시 예수님을 아세요?”


그러자 아주머니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역시 잘못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 주제도 모르고 너무 날뛰었구나 싶은 후회가 밀려들었습니다. 그때, 아주머니는 제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세상에… 저는 친정집이 대대로 기독교에요. 저도 당연히 예수님을 믿습니다. 여기서는 전도할 수도 없고, 예수님을 소리쳐 외칠 수도 없어요. 한동안 지하 교회를 다녔고 몰래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도 기독교인이군요? 그래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만나게 하셨군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와 아주머니는 부둥켜안았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제가 괜히 매일 찾아와 정을 붙여놓고, 무책임하게 떠나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이렇게 함부로 관계를 트는 짓을 하지 말아야겠다고도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타국에서 믿음의 자매, 집사님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이발소 청년은 달려 나와 우리가 우는 모습을 보고 영문도 모른 채 같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는 우리가 그저 이별의 아쉬움으로 운다고 생각했겠지요. 아주머니는 목에 걸고 있던 옥 목걸이를 제게 주셨습니다. 중국인들은 옥을 귀히 여겨 목걸이로 차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데 굉장히 귀한 선물을 제게 주신 것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몇 개월이나 그녀를 위한 중보 기도를 올렸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짧게 기도합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만남으로 감사와 감동을 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 떠오르는 말씀들

잠언 16:9, 33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사람이 제비를 뽑으나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


시편 48:14

이 하나님은 영원히 우리 하나님이시니 그가 우리를 죽을 때까지 인도하시리로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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