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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헤브 Sep 04. 2024

우리 가정이 살아가는 방식

아빠와 아들이 함께 한 데이트 속에 만난 감사

기쁨이가 어느 어르신께 받은 편지, 짧은 시간에 손수 써주신 캘리 글씨와 선물로 받은 자유 시간


아빠, 어디 간다고요?

응, 우리 오늘 여행 갈 거야

오늘? 어, 오늘 화요일인데, 갑자기 어디가?

방금 학교 끝났는데, 집에 안 가고 다른 데 가는 거예요?


아빠가 기쁨이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잠시 기다리면 아빠가 차 출발하면서 자세히 설명해 줄게  


중요한 건,

오늘은 엄마는 엄마의 휴식 시간을 갖고 너와 아빠는 시골로 바람 쐬러 가는 거야

 

어, 오늘 주말 아닌데, 내일 학교 가는데..

그럼 우리 둘이 어디 가서 자고 오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 대신 아빠가 온 거야?


응~ 내일 학교 가야 하니까 자는 건 못하고 기쁨이 데리고 청평에 갈 거야

청평 어디? 히히 신난다, 우리 거기 가면 맛있는 거 먹고 오는 거야?

예전에 가본 곳인데 기억이 잘 안 나지? 가서 보면 알게 될 거야 몇 번 갔던 곳인데 기쁨이가 바로 기억하긴 어렵겠지


기쁨아 어쨌거나 우리 둘이 밖에 나가는 거니까 둘이 오붓하게 저녁까지 먹고 오자


응 알겠어, 아빠~ 고마워!


.

.

.


하지만,


뒤에 숨겨진 현실은 이랬다



아내는 많은 부담감을 지닌 채 엄마로서 보호자로서 아이의 양육자로서 깊은 현실 고민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한마디로 자녀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뜻은 매일 부딪혀서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모든 아이는 부모 손이 많이 가지만 장애 아이의 경우에는 그 손이 실제로 몇 개 더 필요하다 주어진 상황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그걸 몸으로 직접 익히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보통 아이들보다 몇 배 이상으로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때로는 그 시간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참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자주 있다



아내가 감당해야 하는 짐이 점점 무거워지는 상황 속에서 그걸 매일 지켜봐야 하는 아빠 마음도 사실 가볍지 않다 다행히 짐이 주어지면 즉시 그 짐을 절대자에게 맡기는 훈련이 잘 되어 있는 덕분에, 그래도 여기까지 무사히 잘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나 보니 정말 모든 순간에 커다란 은혜를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 가운데 도돌이표와 같은 어려움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오기에 많이 피곤하고 버겁기도 한 게 사실이다


 

장애를 다루는 것은 현실 속에서 매일 씨름해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는 걸 우리 부부는 오랜 경험으로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 부모의 헌신과 끊임없는 반복적인 노력이 자동적으로 요구되며 사회의 부조리한 인식과도 때로 싸워야 한다 그런 오랜 기다림 속에 아주 조금씩 진보하고, 한 발짝 앞으로 성장하는 것에 만족하며 그 안에서 감사를 끊임없이 발견해 나갈 때 이 지난한 삶을 이길 힘을 비로소 얻게 된다는 사실도 시간이 걸려 깨닫게 되었다  

 



우리 가정이 살아가는 방식을 되돌아보니 무엇보다 첫 번째 감사가 그 답으로 주어졌다



아내와 나는 평소 서로에게 끊임없이 고마움을 표현한다



설거지를 해줘서 고맙고,

의자를 집어넣어 줘서 고맙고,

물건을 들어줘서 고맙고,

나의 말을 들어줘서 고맙다 시시콜콜 표현한다

그럴 때 항상 서로에게 미소를 지어준다

웃을 일을 만들고, 그것으로 서로를 웃게 만든다




남편은 아내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고백한다

그녀가 내 눈에 실제로 예쁘게 보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녀의 영혼을 해갈해 줄 수 있는 사랑의 파워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하지 않는가?


그 힘을 알기에 그 위대한 사랑의 힘으로

우리 부부는 지난 14년 동안 한 번도 다투지 않았다

아니 다툴 수 없었다

오히려 서로 사랑하는 법을 그 기간 동안 착실히 배울 수 있었다



첫 3년 반은 기쁨 이를 기다리는 데 에너지를 다 썼다

아파하는 아내를 일으키는데 시간을 썼고 아이가 올 거라 다독이며 세월을 보냈다

그 후 10년은 기쁨이를 치료하는데 온 에너지를 다 쓰고 살고 있기 때문에 싸울 수 없었다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싸울 이유가 없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성격 차이,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결국 내 말을 관철시키려는 힘겨루기에 크게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대신 우리는 서로를 진정으로 위하는 삶을 살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그 덕에 놀라운 사랑을 매일 주고받게 되었다

신이 주신 선물이지만, 삶을 던진 수고이기도했다



이를테면, 아내의 눈물을 보면 그날 밤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아이를 생각하며 흐느끼는 아내를 가끔씩 볼 때 내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 남편은 몇 시간이고 절대자인 하나님께 아내를 향한 기도를 하느라 기도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씨름을 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사랑하고 싶어서,

정말 본질적인 사랑이라는 걸 해보고 싶어서, 그 방법을 성경 속에서 계속 찾아보게 되었다

야곱이 씨름을 해서 하나님을 상대로 이겨냈다는 구절을 보면서, 그게 내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두 번째 방식은 바로 기쁨이었다

공교롭게도 아내가 기쁨이라는 태명을 아이에게 주고 나서,

기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이 발생했다

슬퍼해도 누가 뭐라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참 많았다

무기력과 슬픔 속에서 현실을 버텨 내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도가 없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는 신앙 속에서 그 터널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게 되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정말 붙잡았다

서로에게 늘 이 말씀을 나누며, 기뻐할 수 있을 때뿐만 아니라 그러기 힘들 때도 말씀을 붙들고 먼저 기뻐하기로 하자 그렇게 서로를 독려했



마음이 선하고, 남편 말이라면 무엇이든 신뢰하고 보는 아내 덕분에 기쁨을 연습하자는 말을 용기 내어 믿음으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먼저 내가 기뻐하는 방법을 체득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그렇게 매일 기뻐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 헤매고 또 찾아다녔다 그렇게 결국 찾은 방법은 바로 범사에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실제적인 습관을 갖는 것이었다, 아주 작은 것에도 고마운 마음을 담아 표현하는 연습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다


청평에는 오래된 금식 기도원이 있다

학생 때부터 자주 다니던 기도원, 요새 세상에 누가 기도원을 다니냐고 하겠지만, 기도원은 집중해서 기도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임을 어렸을 때부터 경험적으로 체득하고 있는 덕분에 나는 기쁨이에게 그 공간을 몸으로 기억하게 해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아빠가 간절히 기도하는 삶을 오랜 시간 아이에게 직접 보여 주고 싶었다 아빠가 매일 2시간씩 기도하고 찬양하고 말씀 읽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그리고 왜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지 아빠로서 아들에게 직접 설명해주고 싶었다



기쁨아, 이제 우리 기쁨 이도 열 살이 되었지, 이제는 네 입술로 직접 기도를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

아빠는 너를 위해 기도하려고 오늘 청평에 가는 거야,

물론 청평 속 산새도 보고, 자연 속에서 뛰노는 시간도 갖겠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우리의 아픔을 주님께 토로하러 기도원에 가는 거야

네 마음이 아프다는 거 아빠가 잘 알아, 너무 답답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것도 알고 있어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께 우리의 마음을 말해드리려고 기도원에 가는 거야

그렇게 마음을 솔직히 꺼내 표현해 주었다

..

그렇게 오랜 예배가 끝나고 잔잔한 기도 배경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분 동안 나는 작은 체구의 아이를 안고 뜨겁게 기도했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기도해 주었다 때로는 불같이 타는 마음으로 통곡하며 우는 모습도 솔직하게 보여주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기도에 혼을 실어 말해주었다 너의 아픔을 아시는 하나님께 마음을 쏟아 놓아도 된다고 간곡하게 말해주었다 그렇게 간절한 기도 후 눈을 뜨니, 기쁨이가 아빠 얼른 눈물 닦으라 한다 그리고 아빠 이제 그만 울라고 말한다 기쁨이 마음이 조금 동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 아이 눈도 그렁그렁한 걸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빠는 너를 사랑해서 우는 거야, 사람은 마음이 아플 때도 울지만 사랑을 느낄 때도 우는 거야

너무 사랑하면 그냥 너무 사랑하는 마음이 눈물이 되어 나오는 거야라고 말해주었다


예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기쁨이는 기도원에서 작게 마련해 놓은 인공적으로 지은 냇가에 조심스럽게 발을 담갔다

그리고 그렇게 2시간을 앉았다 걸었다를 반복했다 물장구치고 싶었지만, 그 정도로 물이 깊지 않았기에 이따금 발로 잠시 장난을 칠 뿐, 시종일관 히죽히죽 웃으면서 할머니 권사님들께 말을 걸고 있었다 그리곤 곧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흐르고 기도원 식당에서 저녁을 먹이고 있는데,

6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어느 어르신께서 우리 테이블로 오셨다 나를 보시더니 이런 말씀을 갑자기 해주신다


이 아이가 좋은 아이디어를 주어서, 너무 기특해서 선물과 함께 편지를 써서 주고 싶어서 왔어요
그 안에는 멋진 생각 감사해요 ^^ 강남 금식 기도원에서 2024.9.3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감사합니다 JOY

기쁨이라는 이름을 아셨던 걸까? 어떻게 기쁨이라고 쓰셨지? 우연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전율이 일었다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어르신


글쎄, 이 아이가 앉으라고 펴 놓은 장의자 쿠션에 물이 묻는 걸 보더니, 그 위에 풀을 깔아 놓더라고요
그래서 너 무얼 하니? 물었더니, 여기 이렇게 물이 젖은 자리에 다른 사람이 모르고 앉으면 엉덩이가 다 젖잖아요 그래서 풀을 뜯어서 깔아 놓는 거예요 그러면 보고 여기 안 앉으니까 그럼 엉덩이 안 젖으니까 ^^
어머, 너는 그런 생각을 어떻게 했니? 정말 좋은 아이디어구나,
이번 주 주일에 우리 교회 유년부 아이들에게 가서 네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열 살 아이가 기도원 온 것도 그렇고
이렇게 멋진 생각 나눠줘서 너무 고맙다 얘~

그런 대화가 있었다는 걸 전해 듣고, 조심스럽게 편지 글을 읽어 내려갔다

떨리는 심장을 가만히 부여잡고..  



멋진 생각 감사해요..

멋진 생각 감사해요..

멋진 생각 감사해요..



아이를 알아봐 주신 어르신도,

그런 마음을 일으킨 작은 아이도,

멋진 사람들이었다



기쁨이를 꼭 안아주고 네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말해줬다

기쁨아,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훌륭한 생각을 많이 하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직접 옮길 수 있는 훌륭하고 멋진 아이야

연거푸 말해주었다


기쁨이는 대화 속에서 다섯 명이나 되는 할머니들과 아빠 없이 2시간 내내 무슨 대화를 그렇게 재밌게 나누는지 즐거운 자기만의 대화 시간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10m 족히 떨어진 테이블에 조용히 앉아 흐뭇하게 아이를 바라보며, 나는 시편을 읽고 조용한 가운데 2시간 야외 기도를 다시 드렸다


참으로 영화 같은 따뜻한 오후 시간을 보냈다 내 영혼에 따뜻한 몇 시간이라는 제목을 타이틀로 붙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가정이 사는 방식은 칭찬이다



아빠는 아이를 칭찬하고, 아이는 엄마를 칭찬하고, 엄마는 늘 아빠를 칭찬해 준다

물론 순서가 바뀌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우리는 매일 서로에게 칭찬 세례를 베푼다



그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끼지 않고 오늘의 칭찬을 내일로 결코 미루지 않는다

정확하게, 그 상황 속에 있는 칭찬할 거리를 물고기 채로 채집해 부드럽게 건져 올리듯,

사랑을 담아 따뜻하게 표현해 준다

이 칭찬이 모여 들 삶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안에서, 서로를 진실된 마음으로 높여준다

그렇게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하고 나면 셋이 팔을 모아 마치 축구 선수들이 하듯 서로를 부둥켜안아준다



엄마가 본 영화, 엄마는 짧게 좋았다는 평을 내놓았다

아이에게 들키지 않게 엄마의 주머니에 영화표를 슬쩍 넣어 두었다



아내가 최근에 울적한 마음을 코미디 영화를 보며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기를 바랄 수 있어 기뻤고

아빠와 아들은 자연 속에서 주님을 만나고, 어르신들과 함께 동화되는 행복한 시간을 가져 기뻤다

특별히 기쁨이는 오후 내내 깔깔 거리며 웃을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오후 시간을 채웠다

시간이 흘러 잠자리에 들어서는 감사한 하루를 읊조리듯 나누는 것으로

어제와 마찬가지로 부모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뒤, 깊은 잠에 천천히 빠져들었다



비록 장애의 현실은 매일 아프고, 쓰리고, 무겁고 때로 내일이 오는 게 두려울 때도 있지만

우리 가정이 살아가는 방식을 정하고 그 방식을 오래 유지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지금처럼

앞으로도

이 모든 고난의 세월을 무사히 통과해 내리라 믿는다



누가 나에게 왜 그렇게 신앙에 목숨을 거느냐 묻는다면,

그 안에서 지금 이 모든 삶의 비결을 찾아냈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 만이 유일하게 나눌 수 있는 답이라는 사실을 굳이 감추지 않으려 한다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내 인생에 여한이 없다는 말

그렇다, 여한이 없게 사랑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이 사랑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방법을 찾고 있다

그리고 곧 그렇게 되는 날도 올 거라 믿는다



오늘

살아 있음이 기적이고,


앞으로

살아갈 수 있음이 축복임을 알기에..


그 사랑을 전하며 살아가는 날이 머지않아 찾아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p.s 안구통으로 눈이 아프지만 아이가 안겨준, 그리고 한 어르신께서 아이에게 선물해 주신 하루를 기념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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