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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by 전소

요 근래 비가 많이 내린다.

나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기분이 울적해지곤 한다.

그래서 날씨가 궂은날들은 그냥 ‘버린 날’이 되어서 빨리 지나가기만을 학수고대했던 거 같다.


상대가 소송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부터 나는 다른 훌륭한 사람들처럼 역경이 와도 그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나름 노력했다.

정신과 약의 도움도 받고, 심리 상담도 받고, 좋은 책도, 좋은 콘텐츠도 많이 보고 글도 쓰면서 마음을 들여다봤고

5월의 아름다운 자연 속을 산책하며 많은 위로도 받았다.

그래서 그 하루하루는 평소보다 더 집중하며 살았던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것도 지친다.

오늘은 소장이 올 것이니 마음을 잘 부여잡자고 긍정회로를 돌리는 것도 지친다.

그래서 평소라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마음 준비를 했을 텐데, 지난 주말에는 그냥 맥주도 엄청 많이 마시고 왕좌의 게임도 한 10시간 정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냥 이 현실을 잊고 다른 세계로 떠나는 시간을 보냈다. 너무 흥미진진했다. ㅎㅎ)


지인은 말했다. ‘소장 그거 기다리는데 목메지 말고, 그냥 오면 오는가 보다 하고 잊고 지내’ 라고.

하지만 간이 작은 나는 그러다가 예상도 못한 때에 소장이 들이닥칠까봐 무섭다.

잘 모르겠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날씨가 흐린 날에는 또 마음이 약해진다.

감상은 털어버리고 얼른 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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