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집은 누수에 가압류에 그리고 소송까지, 온갖 역경을 뚜드려 맞고 마침내 매도되었다.
나는 여전히 소장을 기다리는 입장이지만 너무 거기에만 신경을 쓴 탓일까- 정신 차려보니 어느덧 6월이고 서울의 집값은 미친 듯이 올라있었다.
작년에는 지방집의 누수 때문에 서울에 집을 알아보는 것을 포기했었고, 올해는 가압류에 소송 때문에 또 이렇게 상반기를 보내 버렸다.
이제 정신을 차리고 집을 알아보려니 불과 몇 주만에 집 값은 몇 억이 올랐다고 한다.
나는 너무 조급해져서 이곳저곳 부동산에 연락을 했다.
부동산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격이 오르고 있고, 오른 가격에도 집 계약은 턱턱 되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 계약할 것을 종용했다.
심지어 보지 않고 일단 가계약금부터 넣으라고 했다. 이런 불장에는 그런 경우가 꽤나 흔한 것 같았다.
나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했는데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조급함에 섣불리 가계약금을 보낼 뻔했다.
결국 보내지는 않았지만 (보냈다 한들 딱히 잘 못 되었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괴로운 것은 내가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까 주변의 소리에 미친 듯이 흔들리고, 또 이미 부동산 투자로 대차게 고생한 기억 때문에 무엇하나 자신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확신 없음으로 부동산 사장님들, 주변 지인들을 참 많이도 귀찮게 했다.
누가 등 떠미는 것도 아닌데 -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확신도 없으면서 마음만 저 멀리서 조급해한다.
사실 이런 마음은 낯설지 않다. 생각해 보면 - 완전히 비슷한 상황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승진 욕심을 낼 때의 상태랑 비슷한 것 같다.
승진의 가능성이 보이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누가 시키지도 않아도 야근에 주말 근무에,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노력했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뭐라도 하나 더 하려 무던히도 노력했고, 내 경쟁자로 보이는 사람에게는 정말 까칠하게 대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왜 그 ‘승진’을 원했는지 생각해 보면 잘 모르겠다.
정말 내가 원하는 포지션이라기보다는 그냥 ‘승진’이라는 것 자체는 좋은 것이니 당연히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것에 전력투구를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전력투구를 할수록 나는 좀 어색한 사람이 되었고,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할수록 왠지 부자연스러운 내가 되었다.
그 영향 때문인지 결국 승진은 하지 못했다.
진짜 원하는 자리가 아니어도 일단 승진하고 싶다는 욕망에 앞뒤 돌아보지 않고 올인했던 그때의 나를 되돌아보면,
욕망 속에 갇힌 나는 좀 무섭게도 맹목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에게 부동산이 딱 그런 거 같다.
잘 알지도 못하고 잘 알아보지도 못했지만 일단 홀린 듯 몰두하고 있다.
좀 더 차근차근 알아보고 싶은데 그 사이에 가격은 저 멀리 도망칠 거 같아 불안하다.
그래서 이 욕망 속에서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너무 쉽사리 끌려가고 있다.
나만의 기준, 확신 같은 게 절실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