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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공간을 듣고 싶어요

공간을 지속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by 아공간

어릴 때부터 저는 '나의 공간'에 집착했습니다.


집에서는 방 문을 닫지 못하게 했고, 닫더라도 잠그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어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에게는 프라이버시가 존재하지 않았죠. 나만의 공간은 없었지만 그 덕에 가족 간의 소통은 원활했습니다.


자잘한 말썽을 부리며 평범하고 화목한 어린 시절을 지나왔지만, 점차 나이가 들수록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갈망했죠.


고등학생 때는 1인 독서실이, 대학생 때는 처음으로 생긴 자동차가, 졸업을 앞두고는 작은 작업실이 나만의 공간이 되어주었습니다. 지금은 나의 자취방이자 작업실이 온전한 나의 공간이에요. 하지만 공간을 지속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금전적인 문제는 늘 따라다니고, 조금만 돌보지 않으면 금방 어지러워지죠. 매일 청소하고 물건을 정리해야 청결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변화를 주기 위해 집기와 가구를 세팅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선택지는 너무 많고 하나를 고를 때마다 고민이 뒤따르게 되죠.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공간은 언제나 사랑스럽습니다. 공간을 채우는 요소에는 나의 취향과 성격,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녹아 있죠. 적당히 어질러진 방 안에서 적당히 게으른 나의 모습도 보입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과 선반, 은빛으로 빛나는 조명은 내가 어떤 소재를 좋아하는지 단번에 보여줍니다. 공간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간은 사람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그 공간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죠. 그리고 자신의 공간을 지속하는 일은 나만의 색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지켜나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죠. 많은 변곡점을 거쳐 완성된 것에는 고유한 색이 담겨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것들을 참 좋아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공간에 애정이 가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들이 지속하는 공간의 색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이 프로젝트는 공간과 사람을 기록하고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아카이빙 작업입니다. 단순히 예쁜 공간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애정과 시간을 기록하고 싶어요.


홍수처럼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이 프로젝트가 긴 호흡으로 오래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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