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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사람이 머무는 곳

분재 식물 스튜디오 문실

by 아공간

식물과 사람이 머무는 곳, 문실



Episode.1

Text | Chanho Hwang

Photos | Chanho Hwang



김준혁 작가는 자연을 조각하듯 식물을 다루며, 이끼와 자연물을 활용한 아트 퍼니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업실이자 식물 스튜디오인 문실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식물을 통해 사람과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장소다. 통창으로 빛이 가득 들어오는 따뜻한 공간에서, 방문객들은 식물을 접하고 분재를 배우며 차분한 시간을 보낸다. 김준혁 작가는 문실을 통해 자연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이곳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아갈지 물었다.



김준혁 작가


간단한 자기소개와 문실이라는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문실이라는 분재 식물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공예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준혁입니다. 문실은 다양한 분재와 식물을 소개하고 분재 수업도 수강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문실에서 식물을 다루면서 자연과 공예가 조화를 이루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실’이라는 이름이 참 예쁜데,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문실’이라는 단어는 ‘문실문실’에서 가져왔어요. 나무가 거침없이 잘 자라는 모습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에요. 마치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처럼, 문실문실 이라는 어감이 공간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자연이 건강하게 뻗어나가는 느낌을 담고 싶어서 이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공예 작가로 활동하신다고 했는데, 주로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가구공예를 전공한 후, 아트 퍼니처, 조형, 설치 등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끼나 자연물을 활용한 작품을 주로 만들고 있는데요. 가구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용적인 기능보다는 조형적인 요소에 집중한 작품들이 많아요. 자연과 공예의 경계를 탐구하며, 공간 속에서 새로운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작업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문실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가장 크게 와닿았던 건 수입의 문제였어요. 작가로 활동하려면 경제적인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지속적인 수입이 없다 보니 불안함이 컸죠. 게다가 별도의 작업실이 없던 상황이라, 작품 활동과 상업적인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문실을 시작하게 됐죠.

저는 외부 활동이 많은 편인데, 마침 어머니께서 일을 그만두신 시점이라 함께 운영할 수 있었던 것도 큰 계기가 됐어요. 여러모로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죠.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하는 게 특히 어려운 것 같아요.

정말 쉽지 않죠. 사실 저도 처음부터 작가 활동을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운이 좋게도 졸업 직후 큰 무대에서 전시할 기회가 몇 번 이어졌어요.

그때는 아, 이제 되는 건가? 싶었는데, 한 달쯤 지나니까 현실적인 불안감이 몰려오더라고요. 작품이 판매되어야 생활이 유지되고 작업도 이어갈 수 있는데, 제 작업은 자연물을 활용한 설치 작업에 가까워서 쉽게 판매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보니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도 문실을 운영하면서 안정감도 생기고, 작업을 지속할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공간이 주는 에너지도 있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경험도 새로운 자극이 되거든요.



문실을 2023년 10월에 오픈하셨죠. 1년 반 정도 운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크게 두 가지가 떠오르네요.

하나는 바람이 엄청나게 불던 날, 출입문이 열리면서 유리문이 와장창하고 박살 났던 사건이에요. 너무 놀랐고… 지갑도 같이 울었죠. (웃음)

또 하나는 수강생분들과의 경험이에요. 분재도 공예적인 성향이 강한 작업이라, 작은 분 안에 뿌리를 고정하고 2시간가량 집중해서 한 작품을 완성해야 해요. 그러다 보니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즐거움을 직접 경험할 수 있죠.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어느 날 한 분이 친구나 가족에게 이끌려 마지못해 클래스를 들으러 오셨던 거예요. 처음엔 시큰둥한 표정이었는데, 점점 작업에 집중하시더니 완성하고 나서 무척 만족해하시더라고요. 그때의 변화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순간들이 공간을 운영하는 보람이 아닐까 싶어요.





분재 수업 외에도 개인적으로 분재를 즐기는 순간이 있나요?

너무 많죠. 나무라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제 손으로 다듬고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주무른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손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하고 즐겁습니다.

작업도 식물을 활용하고, 가게에서도 식물을 다루다 보니, 작은 화분 안에 살아있는 아이들을 옮겨 담고, 관리하고, 천천히 변화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참 뿌듯해요. 식물을 다듬는 모든 순간이 저에게는 큰 즐거움입니다.



어찌 보면 가장 가까운 일상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네요.

저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순간에서 영감을 받아요. 아스팔트 틈새에서 자라나는 작은 잡초나 돌 사이에 스며든 이끼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연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 눈길을 끌죠. 그래서 이끼를 활용한 작업도 자주 하고 있어요. 특히 요맘때쯤, 새순이 터지는 순간을 보면 묘한 전율이 느껴져요. 조용하지만 강하게 생명을 틔우는 그 순간이 참 좋아요.





저는 자칭 ‘식물 킬러’거든요. 식물을 잘 키우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 많아요. 사실 식물이 죽는 가장 흔한 이유가 ‘과습’이거나 반대로 ‘완전한 방치’거든요. 물을 너무 자주 주거나, 아예 신경을 안 쓰거나.

그래서 그런지 문실에 오시는 분 중에서도 식물 키우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가볍게 들러서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이 공간은 어떻게 처음 만났나요?

사실 공간을 많이 둘러보진 않았어요. 한두 곳 정도만 봤는데, 이곳을 처음 봤을 때 딱 느낌이 오더라고요. 망설일 틈도 없이 빠르게 계약 했죠. 문실이라는 공간에 제 취향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인테리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디자인 수정 보완을 많이 거치고 공간의 색감, 마감재, 집기 등등 곳곳에 제 의견을 많이 반영했어요. 그렇게 하나씩 손을 더하다 보니, 지금의 문실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만큼 이 공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시겠어요.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나 물건이 있을까요?

처음부터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게 통창이에요. 그리고 가장 애정하는 공간은 식물에게 물을 주는 곳이죠. 어떻게 보면 밥을 주는 공간이니까요.

물건 중에서는 출입문 안쪽 구석에 있는 기다란 사방탁자를 가장 아끼고 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직접 짜맞춰 제작한 건데, 원래는 제 방에서 계속 사용하다가 문실을 오픈하면서 가져왔어요. 공간과 너무 잘 어울려서 지금도 볼 때마다 참 마음에 들어요.





이곳을 운영하면서 스스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좀 개인적인 이야기인데요, 오랫동안 담배를 피웠는데 문실을 시작하면서 너무 쉽게 끊었어요. 일종의 ‘컨셉’이라고 해야 할까요? 식물을 판매하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똑 끊어버렸어요. (웃음) 코로나 시기도 겹쳐서 더 쉽게 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가끔 꿈에서 금연에 실패하는 제 모습을 보긴 하지만요.



방문하시는 분들이 어떤 영감을 받고 가면 좋겠나요?

거창한 ‘영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연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푸릇푸릇한 긍정적인 기운 정도만 가져가셔도 충분할 것 같아요. 그냥 편하게 쉬다 가셔도 좋고요.

아직도 분재가 비싸고 고급 취미라는 인식이 있는데, 사실 작고 귀여운 아이들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어요. 키우는 것도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고요. 문실을 통해 분재가 좀 더 친숙한 존재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더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문실이 단순한 식물 가게가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서 앉아 있고, 수다 떨고 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그래서 커피를 좀 더 배워서 손님들에게 맛있게 대접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복합 문화 공간처럼 더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나중에는 다른 브랜드와 협업도 하고, 플리마켓 같은 것도 열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공간으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해당 인터뷰는 금전적 대가를 받은 광고가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아래 사이트에서 인터뷰에 수록되지 않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hwangchanho.com/muns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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