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스튜디오 튜베
Episode.3
Text | Chanho Hwang
Photos | Chanho Hwang
한 송이의 꽃이든, 풍성한 다발이든 꽃을 선물 받는 순간은 단순한 물질적 교환을 넘어 깊은 마음이 오가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꽃을 주고받는 소중한 순간마다 그들과 함께 하는 기분이 든다는 윤서영 플로리스트. 강남에 자리한 튜베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본인과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플로리스트 윤서영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꽃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꽃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꽃으로 최고를 전합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튜베라는 이름의 공간을 운영 중이고요, 꽃을 받는 순간이 그날의 최고의 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꽃다발 판매와 함께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 대상의 외부 수업도 진행하고 있고요. 저는 사람 만나는 걸 워낙 좋아해서, 수업할 때마다 저도 에너지를 많이 받아요.
서영님은 어떤 플로리스트인지 궁금해요.
저는 파리에서 유학을 다녀온 후, 프렌치 스타일의 작업을 하고 있어요. 프렌치는 마치 집 앞 정원에서 자연스럽게 자란 꽃을 꽂은 듯한 내추럴한 느낌이 특징이에요. 한국에서는 정원이 없는 집이 많기 때문에, 그런 자연스러움을 어떻게 디테일로 풀어낼 수 있을지가 중요하죠. 바람 불면 꽃이 흔들릴 것 같은, 가볍고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많이 써요. 그래서 고정된 형태보다 움직임이 느껴지는 스타일이 많고요.
하지만 그런 꽃들이 상대적으로 빨리 시들 수 있어서, 저희는 좀 더 오래가면서도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자주 쓰이지 않는 꽃들도 소개하면서, 한국적인 환경에서도 프렌치 스타일을 잘 구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특별히 선호하는 꽃의 종류가 있나요?
계절마다 좋아하는 꽃이 바뀌긴 하지만, 저는 스위트피를 정말 좋아해요. 미모사도 좋아하는데, 은엽 아카시아 꽃을 미모사라고 해요. 이 두 꽃을 좋아해서 가끔은 호주로 가기도 해요.
그리고 헬레보루스 같은 겨울꽃들도 참 좋아합니다. 겨울꽃들은 일조량에 따라 컬러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오래가기도 해서 매력이 커요. 저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뿐 아니라 향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제가 좋아하는 꽃들은 대부분 향이 좋은 꽃들이 많아요.
이곳을 찾아주시는 분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클래스의 경우,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단순한 취미를 넘어 조금 더 깊이 배우고 싶은 분들도 계세요. 특히 일주일에 한 번 꽃을 사는 대신, 제대로 배워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직접 만들고 잘 관리해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죠.
그 외에도 프러포즈, 결혼, 생일, 상견례처럼 인생의 특별한 순간을 준비하며 꽃을 찾으시는 분들이 많아요.
꽃이 제일 좋은 거는 대부분 좋은 일에 쓰인다는 거예요. 고객분들의 소중한 순간마다 제가 함께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그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돼요.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 같은 것이 있나요?
예전에 외국계 화장품 회사에서 일했는데 정말 바빴어요. 한 명이 감당해야 할 업무가 많다 보니 점점 성격이 급해지고 예민해지더라고요. 그때 주변에서 꽃 한번 배워보라는 권유로 회사 지하에 있는 꽃집에서 목요일마다 수업을 들었어요.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였는데, 살아 있는 걸 손으로 다루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차분해지고, 손끝에서 오는 기쁨이 있더라고요.
그 후 더 바쁜 대행사로 옮기게 됐고, 퇴사를 고민하던 시점에 선생님께서 “소질이 있으니 함께 해보면 어떻겠냐”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계기로 제대로 배워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유학을 준비했죠. 부모님은 처음엔 반대하셨지만 결국 저를 믿고 보내주셨어요. 저는 스물아홉부터 본격적으로 이 길을 시작했는데, 늦은 줄 알았던 그 시기가 오히려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에 큰 결심을 하셨네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그 당시에는 되게 늦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고 보니 뭔가를 시작하기에 결코 늦지 않은 나이더라고요. 오히려 이르지 않은 나이게 열정을 가지고 임했기에 가능했던 거 같아요.
참고로 저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했던 선생님은 사실 임신을 준비 중이셔서 그런 말씀이 가능했던 상황이었는데, 당시에는 정말 제가 소질이 있어서 그런 줄 알고 엄청난 용기를 냈죠. (웃음)
하지만 그런 식의 칭찬과 응원, 누군가의 한 마디가 사람에게 얼마나 큰 용기를 줄 수 있는지 그때 많이 느꼈어요.
실행력이 뛰어난 것도 한몫한 거 같아요.
맞아요. 실행력은 정말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학창 시절에 딱 하나의 목표가 있었어요. 신라면세점 면세사업부에 들어가는 거였죠. 그런데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겹치면서 채용 시장이 얼어붙던 시기였어요. 그때 구글링으로 해당 부서 전무님들의 이메일을 일일이 찾아서 직접 메일을 보냈어요. 답장을 받았는데, 4년만 버티면 꼭 데리고 오겠다는 내용이었죠. 그만큼 간절했던 것 같아요.
다니던 회사도 사실 신라면세점 이직을 목표로 선택했던 곳이에요. 그런데 결국 버티지 못했고, 완전히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됐죠.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택하면서는 ‘이 길에서만큼은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걸어오고 있어요.
플로리스트에게 중요한 역량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무엇보다 체력입니다. (웃음) 그리고 꽃을 진심으로 좋아해야 해요. 그래야 오래 할 수 있고, 지치지 않아요. 꾸준한 공부도 필수고요. 예전보다 꽃이 나오는 시기나 수명이 꽤 많이 달라졌거든요.
작약은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4월 중순쯤 나왔는데, 요즘은 3월부터 볼 수 있어요. 그만큼 기후도 많이 달라졌고,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늘 새롭게 공부하며 따라가야 해요.
그리고 나만의 스타일을 갖는 것도 중요해요. 스타일이 있어야 기억되는 사람이 되니까요. 말하다 보니 이건 비단 플로리스트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에 해당되는 이야기 같네요.
이 공간을 구성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점이 있다면요?
작은 공간이지만, 공간분리를 확실하게 하고 싶었어요. 제가 서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사무 공간에서는 누울 수 있는 여백이 필요했죠. 개인 집무실, 꽃이 있는 중앙 홀, 수강생 분들을 위한 수업 공간 이렇게 총 세 부분으로 나누었어요.
또 수강 인원이나 작업 환경에 따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테이블을 여러 피스로 구성해서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도록 했어요. 공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결국 작업의 질로 이어지니까요.
공간이 따뜻하고 정돈된 인상을 주는데, 인테리어 과정은 어땠나요?
처음부터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우드 톤으로 베이스를 잡았고, 마감도 최대한 깔끔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도 신경 써서 마감하고 싶었죠.
공사를 턴키(Turn Key) 형식으로 진행하긴 했지만, 제 의견을 많이 반영했어요. 중간중간 수정도 들어가다 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공사 중간에 수도 문제나 에어컨 위치 같은 사소한 이슈도 있었고요. 이 과정에서 감정이 오가기도 했지만, 결국 좋은 분들과 함께 웃으면서 잘 마무리했어요.
이 공간에서 지금 일 외에도 더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작업적인 측면에서는 다시 웨딩 작업을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는 웨딩을 꽤 많이 했는데, 튜베라는 브랜드를 확장 전개하면서 클래스 쪽 비중이 커지다 보니 두 가지를 병행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앞으로는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웨딩 쪽도 다시 시도해보려 해요.
그리고 공간적으로는 렌탈 스튜디오처럼 가볍게 촬영을 원하는 분들께 공간을 내어드리는 방식도 생각 중이에요. 이 공간 자체가 꽃과 함께 어우러진 따뜻한 분위기라서 꽃을 활용한 촬영이나 콘텐츠 제작에도 잘 어울리거든요. 단순한 대여가 아니라, 꽃의 목적과 감성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소비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 진행하기에는 여의치 않지만요.
마지막으로, 이 공간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해요.
어떤 특별한 의미보다는, 제게 있어 이곳은 불편함이 없는 공간이에요. 쇼룸이나 샵처럼 판매 중심의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이 편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저 자신에게도 가장 편안한 공간이 되도록 만들었어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고 딱 맞는 사이즈라서 안성맞춤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아요. 여유롭게 생각을 정리하고 꽃을 다듬는 시간들이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흐르니까요.
**해당 인터뷰는 금전적 대가를 받은 광고가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아래 사이트에서 인터뷰에 수록되지 않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