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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동 Mar 22. 2020

Micro Habbit Bigbrother System

인생은 내가 주인공인 것일까 세상 돌아가는 톱니바퀴 중 하나일까.

영화 ‘역린’에서 정조 역할을 하는 현빈이 대신들을 시험에 들게 하는 부분이 있다. ‘중용 23장’을 책을 보지 않고 외고 있는 이는 손을 들어 읆어보라 하였으나 누구도 나서지 못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정조는 책사에게 물었고 책사는 대답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베어 나오고 겉에 베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난다.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세상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


난 인생을 내가 주인공인양 내 마음 가는 대로 판단하고 생각하고 행동해왔다. 내가 하는 것들이 나를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믿고 행해왔다. 20대 당시에는 자유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에 대해서 특별히 개의치 않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결과들을 책임지겠다는 희미한 생각들을 했던 거 같다. 젊음의 열정과 객기라고 할 수 있겠다. 나름의 성과를 갖고 결과를 지닌 상태가 되자 책임의 화살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환경 탓, 남 탓 모두 나 자신과는 별개의 문제로 다루고 생각했었다. 문득 어느 날, 그 연결고리들이 아주 소소한 부분에서부터 시작되어 커져왔고 그 원인이 나였음을 알게 되었다. ‘작은 일도 무시한 채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에’ 나에게 돌아온 화살이었던 것이다.


평범하다. 오히려 부족한 부분들을 더 많은 노력으로 채워야 하는 인생임을 깨닫기까지, 그것이 습관이나 행동으로 이루어 지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자유에는 크고 무겁고 어려운 책임이 따른다. 내가 세상의 주인공인양 살아가면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경험치, 능력치, 내공은 한없이 모자라고 부족함을 채우려고 허덕이고 헛물 켜왔다. 그러니 자존감은 낮아졌다. ‘목표가 높고 클 때, 그것을 채우지 못하면 좌절감만 커진다.’는 말이 그대로 와 닿았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행동과 습관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히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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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인공인양 살아왔던 길 중에는 스타트업을 시작한 것이 있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밀어붙여왔던 그때,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도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을 벌였다. 6년 가까이를 밑바닥부터 기어올라가려 애쓰고 발버둥 치던 그 시기에는 실로 많은 어려웠다. 보이지 않는 답을 찾으려 애썼고, 매력적이지만 현실성 부족한 일들을 했다. 혁신적이긴 하나 팔리지 않는 작업이었고 실용성 없는, 말 그대로 콘셉트 디자인을 현실로 뱉어내기 위해 부단히 뛰었다. 그것이 말도 안 되는 것이며 시장에서 찾지도 않는 것임을 몰랐다. 두 번, 세 번째 스타트업을 하고 실 제품 작업을 해보고 나니 명확히 알게 되었다. 장사라는 건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스타트업이라는 건 그냥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에 정성을 쏟지 않으면서 큰일을 할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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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대학을 졸업했을 즈음 나는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는 걸 거부했다. 시작부터 거대한 물건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정부지원이 한참이던 시절, 선배를 따라 유학과 사업 중에 스타트업을 선택했고, 거대한 물건이라는 착각을 그대로 나일 것이다는 분수를 모르는 시작을 했다. 갖가지 어려움에 부딪히고, 고집을 피웠다. 작은 일의 디테일함은 타인이 채워주어야 한다 생각하였으며 희생정신이라고는 나를 위한 것뿐이었다. 남들에게 번듯한 사업을 시작한 것처럼 보이고 싶었으며 크고 넓은 세상의 트렌드에 맞춰 살아간다는 인식을 말하고 다녔다. 그러니 선배님들과 동기 후배들은 그런가 보다 한 것을 칭찬이자 인정한 것처럼 착각의 늪에 빠져 살았다.


뼈저리게 느껴진다. 뒤돌아 보았을 때 후회는 없으나 깨달은 바, 그에 따른 책임에 버거운 시간을 보내는 나는 지금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또 다른 삽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매사 불안하고 하루 단위로 나를 갈아 넣는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문장을 온몸으로 부딪혀 살고 있다.


꼭.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는 문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그 다짐을 기록한다. 작고 교체 가능한 톱니바퀴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The one&Only를 꿈꾼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시작하려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현실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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