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모든 곳에 엄마가 있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by 신아현

부분 마취로 살을 도려내는 수술을 한 지 이틀이 지났다. 오랜 기간 혈전용해제를 먹은 탓에 지혈되지 않는 피와 고름이 진공 음압 장치 고무호스를 통해 끝없이 흘러나왔다.

“엄마, 안 아파?”

“참을만하다.”

안 아플 리 없지만, 아프냐고 묻는 것 말고는 물어볼 말이 없었다. 더 할 말은 없지만, 1초도 아까워 서로의 얼굴만 빤히 쳐다봤다. 조용한 병실에선 징~ 징~ 하며 피고름을 빨아 당기는 기계 소리만 요란했다.

“잘도 빨려 들어가네.”

엄마와의 소중한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통합간병실은 면회가 잘되지 않았다. 1명이 5분 정도 머무르며 필요한 물건을 주거나, 잠시 얼굴만 볼 수 있었다. 병실을 나왔지만, 아쉬운 마음에 복도 끝에 서서 엄마 병실 쪽을 한없이 바라봤다. 혼자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엄마가 나올 리 없지만, 그냥 보고 싶었다.


엄마와 헤어지고 늘 하던 주말 일과를 시작했다. 4년 전부터 주말은 엄마와 시간을 보냈다. 창녕에 주택을 지은 후부터 주말마다 함께 온천을 하고, TV를 보며 연예인 이야기, 드라마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주까지 변함없이 했던 똑같은 일상인데 지금 엄마만 없다.


엄마와 가는 목욕탕에선 내 딸을 포함한 우리 세 모녀는 유명인이다. 거동이 불편한 엄마를 모시고 그냥 목욕탕을 갈 뿐인데, 우린 모두의 눈길을 끌었다. 잘 걷지 못하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걷는 나와 탕 안에서 할머니 운동을 돕는다며 걷기 시합을 하는 내 딸을 같은 시간 목욕탕에 있는 사람이면 모를 수 없었다.


“할머니는? 감기 걸렸나? 오늘 와 안 왔노?”

목욕탕에 들어서자마자 음료수 파는 아주머니가 물었다.

“몸이 아파 병원에 계세요.”

“많이 아프나?”

“네, 좀 오래 못 오실 것 같아요.”

“우짜노. 엄마가 목욕탕 오는 거 좋아하는데.”

그랬다. 엄마는 어제도 목욕탕 가고 싶다고 했다. 딸과 목욕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던 엄마가 다시 이곳에 못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시렸다.

탈의실로 가는데 목욕탕 곳곳에 엄마가 보이기 시작했다.

의자에 앉아 조심히 옷을 벗던 엄마, 비쩍 마른 벌거벗은 몸을 내게 기대 걸어가는 엄마, 앉고 서기가 어려워 의자 네 개를 포개 앉아 머리를 감던 엄마, 한 손으로 물 조절을 못 해 주변 사람에게 샤워 물을 날리는 엄마, 엄마 대신 죄송하다고 고개 숙이는 나를 보며 미안해 웃는 엄마, 온탕 입구에 자리 잡고 앉은 엄마, 때 밀면 시원하다고 좋아한 엄마, 붓고 불편한 다리 운동을 위해 냉탕에서 벽을 잡고 천천히 걷기 연습을 하던 엄마, 그 옆에서 할머니와 걷기 시합한다면서 뛰는 손주를 웃으며 바라보던 엄마.

모든 곳에 엄마가 있었다.


냉탕에서 노는 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서 있는데, 늘 보던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물었다.

“엄마는? 오늘 엄마가 안 보이네.”

“몸이 안 좋으셔서 병원에 계셔요.”

“그래 나이가 들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마음고생이 심하겠네. 그래도 나이가 들면 가야지. 안 가고 있는 것도 힘들다. 마음 단단히 먹고.”

할머니 말은 무슨 뜻이지? 떠나야 하는 마음은 보내지 못하는 마음과 다른 건가? 단단한 마음은 어떻게 먹는 거지?


1시간 남짓 목욕탕을 오가는 동안 엄마는 계속 내 옆에 있었다. 목욕탕을 나와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 목욕탕에 왔더니 다 엄마 찾네. 꼭 나아서 다시 와야겠다.”

“그러게. 나도 가고 싶네.”

괜히 말했다. 옆에 없는 엄마를 그리워한 나보다,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한 엄마가 더 서럽고 힘들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엄마와 꼭 다시 와야지. 꼭!

그날이 온다면 손가락 마디마디 깨끗하게 씻어 달라는 엄마의 부탁에 짜증 내지 않고 잘 씻어줘야지.


3월인데도 영하의 차가운 바람이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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