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by 신아현

엄마가 세 번째 수술을 했다. 횟수와 상관없이 수술실에 들어간다고 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적막하고 삭막한 곳에서 혼자 온전한 정신으로 누워 다리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견디는 엄마를 상상하면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휴가를 계속 낼 수 없어 오늘은 사무실에 있었다. 엄마는 나의 모든 것을 좋아했지만, 특히 열심히 일하는 나를 자랑스러워하며 좋아했다. 오롯이 한 곳으로 마음을 집중하는 것. 그게 기도라고 하면 오늘은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기도를 대신했다.


1시간 지나 수술이 끝났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전과 달리 소식을 전하는 아빠 목소리가 들떠있었다.

“엄마는 괜찮아?”

“응. 괜찮단다. 의사가 지금처럼 엄마가 잘 버티면, 한 두 번 더 수술하고 피부이식도 가능할 것 같단다.”

이틀 전만 해도 피부이식은 제일 마지막 문제라고 했는데 그게 가능하다고?

갑자기 희망이 보였다. 정말 이 글의 끝이 해피엔딩일 것만 같다.


수술로 점심을 먹지 못해 기력이 없다는 엄마를 위해 전복 삼계죽을 사서 갔다.

“엄마 고생했어.”

“오늘은 무릎 밑까지 긁어내는 느낌이던데 다리에 살이 남아 있나 모르겠네.”

“살이야 나중에 붙이면 되지?”

“무슨 살을 우째 붙이노?”

“내 몸 전체가 살덩이다. 내 거 다 주께.”

웃으며 말했는데, 엄마는 정색하며 말했다.

“싫다.”

“왜?”

“젊은 아 살이 늙은 내한테 붙으면 안 어울린다.”

딸 몸에 상처 내고 싶지 않은 엄마 마음을 알지만, 줄 수만 있다면 그깟 건 아무것도 아니다. 아니 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몇 마디 나눴을 뿐인데 짧은 면회 시간이 끝나간다. 엄마 사진을 찍었다. 엄마가 병원에 온 뒤로 매일 사진을 찍어 사진첩에 보관하고 있다.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은 엄마를 못 볼 수도 있다는 사실에 하루하루 사진을 남기며 기록한다.

'2024.3.6. 세 번째 수술을 무사히 마친 우리 엄마'


집으로 오는 길에 엄마와 더 나누지 못한 대화가 못내 아쉬워 전화했다.

“엄마 77년을 살아오면서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

“행복이 뭐 있나. 기억도 안 난다.”

“그래도 너무 좋았을 때가 있을 거잖아. 나 태어났을 때? 남동생 낳았을 때?”

“니 낳고는 딸 낳았다고 구박받아 서러웠고, 아들 낳았을 때는 주변 사람들이 좋아했지 난 좋은지도 몰랐다.”

그러면서 잠시 생각하는 듯 멈칫하더니 말했다.

“지금이 제일 좋네.”

지금? 언제 잘릴지 모르는 다리로 매일 고통을 참으며 수술을 받는 지금? 오늘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지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이 뭐가 좋노?”

“난 이렇게 너거가 옆에 있고, 승아(늦둥이 내 딸)가 웃는 거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좋네.”

과거는 잊어버려 기억나지 않는다 해도, 그 긴 세월 속에 행복한 순간이 지금이라니. 이 고통 속에서도 행복하다는 엄마의 말에 울컥했다.


집에 오자마자 딸과 엄마를 영상 통화로 연결했다.

“할머니~”

“오냐 승아가? 학교 잘 갔다 왔나?”

“네 할머니, 나 벌써 친구 사귀었어요. 나 대단하지요?”

“아이구 대단하다. 며칠 만에 친구 사귀고 우리 손주 대단하네.”

아니 친구를 사귄 게 대단하단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자랑하고 칭찬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바라보는데, 순간 깜짝 놀랐다.


나도 지금이 행복하다.

엄마가 웃고 있고, 내 딸이 저렇게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저 모습을 보는 지금이 행복했다.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도 행복은 있었다.

그 소중한 행복을 아픈 엄마가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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