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피부이식수술을 말했다.
세 번에 걸친 수술 끝에 간절히 기다렸던 말을 의사가 했다.
첫 수술 후 차마 입에 담지 못했던 말.
“오늘 같은 수술을 몇 번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계속하다 정말 운이 좋아 피가 멎고 염증이 가라앉으며 그땐 마지막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며 의사를 쳐다봤다. 그러나 의사는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다음으로는 뭘 어떻게 하게 되나요?”
“지금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닙니다. 일단 피부 염증부터 잘 처리해 봅시다.”
우리가 헛되이 기대할 것을 염려했는지 의사는 가장 좋은 결과를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짐작할 수 있었다. 도려낸 정강이 살을 덮고 잘 마무리하는 게 최고의 결과라는 걸.
그런데 세 번째 염증 제거 수술 후 의사가 말을 꺼냈다.
“기적처럼 염증 수치가 떨어지고, 어머니가 잘 버티고 계세요. 피가 멈추지 않아 걱정인데 그 부분도 잘 될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더 열이 안 나고, 컨디션이 좋으면 피부이식 수술을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나는 의사 앞에서 처음으로 웃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저희는 협곡을 운전하는 사람처럼 언제 낭떠러지로 떨어질까 조마조마한 심정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진심이었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른다는 말에 하루라도 더 버틸 수 있길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 엄마가 오늘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그리고 힘든 협곡을 떨리는 손으로 운전하고 있는 의사가 너무 감사하고 존경스러웠다.
최근 들어 가장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집에 오는데 많은 사람이 뇌리를 스쳤다. 나를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들까지 기도하고 응원한 그 기운들이 모여 지금의 기적이 만들어지는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소중한 인생을 헛되이 살지 말아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힘든 사람들에게 마음내기를 주저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한번 사는 인생,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내 마음을 주자.
엄마에게 전화로 의사와의 이야기를 전했다. 고생했고 자랑스럽다는 말과 함께 마지막까지 잘 버텨 10년만 더 나랑 놀자고 했다.
“아이고, 이래 아프고 늙어서 10년 더 우째 사노? 그리고 이제 니한테 엄마가 필요하나? 이래 짐만 되는데.”
“아니, 아직은 너무 필요하더라. 내 60살 정도 되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때까지만 같이 살자. 응?”
“니가 애가?”
“응, 아직은 애다. 엄마 없이 못 살겠더라.”
전화기 너머로 기가 찬 듯 좋아하는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아직 피부이식 수술이 될 수 있을지, 수술을 한다 해도 후유증 없이 잘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 무수히 많은 위험이 있지만 하나하나 더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다.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