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래 Jul 05. 2020

확인은 꼭 좌우를 모두 하세요.

일상에서 겪은 이상한 이야기_35

2018년 9월 20일에 쓴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는 겨울마다 얼어붙어서 매년 욕하는 관악산 주차장이 있음.

가로등도 있어서 그리 어둡진 않지만 그렇다고 뭐 아주 밝은 것도 아닌 그런 주차장임.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길을 나랑 한 자매님이 걷고 있었음.

내가 왼쪽에 걷고 있었고 조금 오른쪽 앞으로 자매님이 걷고 있었음.

거의 나란히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자매님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뒤를 흘끔흘끔 보기 시작함.

앞사람이 뒤를 보면 나도 뒤를 보게 됨.

뒤를 돌아봤는데 뒤에는 조금 멀리 버스정류장만 보이고 따라오는 사람이 없었음.

구두 소리가 따각따각하면서 뒤를 쳐다보니 괜히 나도 무서운 느낌이었음.


그리고 다시 걸어가는데 갑자기 '부욱!' 하는 소리가 들림. 

누가 들어도 명백한 시원한 소리였음.

이 목적을 위해 확인한 거였나...

주위를 둘러볼 때 좌우를 살펴야지

왜 뒤쪽만 한쪽으로 돌아보는 건가 싶었는데.


"아악!"


그 자매님이 시원해진 상태로 좌우를 살피다 나를 발견하심.

짧은 한탄 같은 소리가 나는지라 그쪽을 쳐다보다 눈이 마주침.

자매님은 갑자기 AC를 내뱉으며 뛰기 시작함.


물론 급할 때 나 역시 시야가 좁아지는 경험을 했지마는...

그렇게 다짜고짜 쳐다보고 도망가니 내가 잘못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음.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음.


분무기처럼 뿌리는 오늘 같은 날 뛰면

우산이고 뭐고 하나도 소용없을 텐데...

뛰어가는 뒤통수에 대고 괜찮아요!라고 말이라도 해줄걸 그랬나...

매거진의 이전글 핵심을 찌르는 애어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