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치 May 15. 2022

저 요즘 이렇게 삽니다.

책임감과 두려움으로 버티는 중이에요.


 이번주말은 철저히 하고싶은걸 하면서 보냈다. 금요일 저녁, 맥주 두 캔과 과자 잔뜩. 토요일은 아 뭘 했더라? 고양이 병원을 캔슬하고 나니 할일이 없어져서 다른걸 했지. 근데 이렇게 생각이 전혀 안날 수가 있나? 하기사. 어제 먹은 점심 메뉴도 생각 안나는 판에 그런걸 기억할리가.


 아 갑자기 생각났어. 나 어제 대청소를 했다. 요즘 주말마다 뭔가 버리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번주엔 좀 많이 버렸어. 옷도 버렸고. 새로 샀지만 너무 쪼여서 도저히 입기 싫은 브래지어도 버렸어. 절연한 친구랑 전주 놀러가서 찍었던 사진도 버렸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항상 안버리고 모아두는 운동화 박스도 버렸다.


 아, 책을 기부하려고 한 30권쯤 묶어뒀어. 추리소설 포함 기타 소설들. 대부분 기욤뮈소 책들인데. 20대 초반쯤 기욤뮈소에 빠져서 그양반 책을 다 샀었거든. 근데 점점 양산형 작가가 되어가니까 매력이 없어지더라고. 근데도 그걸 거의 10년간 쭉 짊어지고 다녔어. 한번 펼쳐보지도 않을 것들을. 다 미련이지. 집착이고. 혹시나 언젠가 내가 다시 펼쳐볼까 싶어서.




 

 엄마가 한동안  집엘  있게 됐어. 아마 돌아오는 주말이   같아. 대청소도 그걸 계기로 하게됐어. 엄마가 오면 침해받지 않을  공간을 따로 둬야하니까. 그래서 놀고있던 방을 작업실로 만드는게 청소의 목적이었어. 영상촬영도   있어야 하고, 글도 쓰고, 책도 읽을  있는 공간이라야 .


 방이 좁은 편이라 어떻게 해도 각이 안나와서 옷장을 옮기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알고보니 일체형이더라. 서랍장도 이리저리 옮겨보다가 결국 제자리로 갔어. 일을 마치고 보니 그냥 원래 있던 자리에 좌식 책상 하나, 조명 두개 들어간게 전부가 되었네. 하루 종일 용썼는데.


그래도, 작업실을 따로 만든건 진짜 잘한 일이야. 앞으로는 모든 종류의 작업은 다 거기서 하려고 해. 아니 근데 나 지금 이거 거실에서 적고 있는데. 거참 쉽지 않네. 어쩌겠어. 암체어가 편한걸.





 어린이날이 끼어있던 지난 연휴, 창원에 갔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남해를 떠나고 싶은게 제일 컸고, 엄마를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두번째로 컸다. 등산을 했고, 인증샷을 남겼고, 먹고싶은걸 먹었다. 오랜만에 조식 제대로 나오는 호텔에서 잤다. 그러고 싶었다.


 원나잇 같은걸 해볼까도 잠깐 생각했었다. 근데 그것도 귀찮아서 때려쳤다. 만약에 싸이코패스면 어떡해. 그건 감당 못할 일이잖아.


 금요일엔 정신과에 갔다. 내가 별로 좋은 상태가 아닌건 알았는데, 이걸 약을 먹어야 나을건지 그정도는 아닌지 진단을 받아봐야 할것 았다. 우울증 초기 진단을 받고 열흘치 약을 받았다. 꾸준히 가야한다.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음. 최근 나는 계속 죽고싶다. 죽고싶은건 체계적인 계획하에 죽음을 실행할 결심을 했다는게 아니라, 그냥 살고싶지 않다는 얘기다.  이유를 딱히 모르겠다. 외롭고 두렵다. 혼자라는 사실이 너무 버겁고 슬퍼서 그렇다.


  이유가 없는 사람이 삶을 유지하는 이유는 죽을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죽는게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울  같아서, 그걸 감당할  없어서 그냥 산다. 그러면 어차피   없이 사는거, 대충 살면  일인데  그러지도 못해. 벌여놓은 일이 있어서 그건  해야겠고.


그래서 병신같이 여전히 열심히 산다. 글을 쓰고, 영상을 찍고, 기록하고, 일을 성의껏 하고, 크루도 이끌고. 아니 오늘 당장 죽고싶은 사람이 크루 대장이라는게 너무 웃기지 않아? 웃으면서 영상을 찍고 있다는게 너무 아이러니하지 않냐고.





죽기살기로 매일을 살아가는건 되게 피곤한 일이라 내일이  왔으면, 내일아침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는데도, 내가 이러고 있다. 뭘 위해 이렇게 열심을 다하고 있는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 벌여놓은 모든 일들을 다 집어치우고 싶은데, 그것마저 없으면 정말 다 내려놓을까봐 두렵다.


 맞아, 나는 흔들리고 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살 이유가 없고, 살 이유를 찾는중이다. 열심히.




-------


와, 진짜 두서없이 썼는데 나중에 쪽팔리면 어떡하지. 그래도 그냥 올려요 뭐 어때. 나는 취했고, 이건 내 브런치고 지금은 일요일 밤이니까. 용서받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 아니냐며.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연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