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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치 Jul 02. 2022

죽고싶은 이유들을 굳이 적어보자면.

하나. 나는 자식을 버렸다



 팔로우 해놓은 작가들의 글 등록 알럿이 뜰때마다 발작적으로 불안해졌다. 써야되는데. 써야되는데. 다음얘기 써야하는데. 꾸준하게 쓰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공언해놓은 이혼일기는 또 두달째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나는 여전히 그 이야기를 끝맺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나는 보리를 떠올리는 일이 아직도 너무 힘들다.


 그러니까 다음 회차로 예정해 두었던 소재는 강아지, 보리이야기였다. 갑작스러운 이사, 가족과의 분리, 낯선 환경 등으로 보리는 전에없이 심한 분리불안에 시달렸고, 몇 주간을 고생한 끝에 눈물로 보리를 보내야 했던 사정을 적을 차례였다.


 그전까지 나를 무던히도 귀찮아했던 보리는 이사 후로 나와 1분 1초도 떨어지지 않으려했다. 항상 눈을 맞추고, 살을 맞대고 있어야 그나마 안정을 찾았다. 내게 반려동물이 곧 가족임을, 내 자식임을 굳이 이유를 들어 설명하지는 않겠다. 수년간 내 유일한 기댈 곳이었던 그아이 덕분에 나는 이 벽지에서의 삶을 견뎌냈다. 너를 위해서라면 불 속이라도 뛰어들 수 있어. 나는 너를 지킬거야. 아가, 우리 잘해보자. 내가 잘못했어. 내가 너무 어리석고 어설펐어. 점심시간마다 집으로 뛰어와 눈물로 얼굴이 푹 젖은 강아지를 끌어안고 엉엉 울다가 사무실로 돌아가곤 했다. 눈물을 삼키며 집에서 멀어져가면 등 뒤로 보리가 애타게 짖는 소리가 들렸다. 보리가 두려워하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는것이 괴로웠다. 그렇게 몇 주가 흐른 2021년 추석 연휴, 나는 오빠네 집에 보리를 두고 왔다. 보리는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자식을 버렸다.



오늘 지인이 집안 사정으로 강아지를 보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털 색깔만 다르고 우리 보리랑 꼭 닮은 그 강아지 사진을 보면서 내가 데려오겠다고 말하고 싶은걸 가까스로 억눌렀다. 또 책임지지 못하는 잘못같은건 그만 하려고. 보리한테 너무 미안하잖아.


그래서 나는 죽고싶다. 내 자식하나 책임지지 못한 내 무능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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