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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l 13. 2024

영어캠프에 참여시키기로 한 결정에 대해

선택의 비교에서 오는 스트레스


다음 주면 출국을 한다. 출국의 목적 중 하나로 <아이들을 위한 것>도 있는데, 바로 영어캠프에 참여하는 것이다. 동일한 목적을 두고 '비슷하지만 다른 선택을 한' 아이 친구 엄마와의 대화로 인해 잠시 마음이 요동했다. 그녀는 일회성이 될 수도 있는 나의 선택에 대해 시간과 비용적인 측면의 비효율성을 언급했다. 우리 부부 또한 충분히 고민했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직 중이라는 시의성을 비롯해 여행의 가치 등을 모두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비슷한 선택에 대한 기대효과는 서로 달랐다. <아이들을 위한 것>에 대한 나의 기대효과로는 <다른 문화성을 지닌 사람들과의 활동에 즐겁게 참여하는 것>이었다.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친구에게 말을 걸어보는 것, 같이 놀아보는 것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보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른 문화권에서, 다른 언어를 가진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그 기회를 제공해 보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언어를 전공한 내가 미처 붙잡지 못했던 기회이기도 했다.


즐거운 것은 당연하고, 그 밖의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녀의 확고한 태도에 잠시 흔들렸던 것 같다. 기대효과를 너무 낮추었던 걸까, 그에 대한 기회비용을 너무 많이 지불하게 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녀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 늘 그렇듯이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들렀다. 무심코 꺼내 읽은 책에서 좋은 문장을 만났다.


우리는 '항상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필연적으로 가져오는 스트레스를 저항하거나 회피하려고 하는데, 이는 사람들이 서로 너무 연결되어 있으면 자신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도록 내몰리기 때문이다.  

- 앨런 제이콥스, <고전을 만나는 시간>


우리는 연결된 세계 속에서 안심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불안을 얻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한 선택과 나의 선택을 비교하며 얻는 불안이다.


사람은 그 존재만큼이나 복잡한 선택을 한다. 무엇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많은 것들이 고려된다는 뜻이다. 턱없이 비싼 가격의 상품을 마케팅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빙수의 객단가를 확 높여버린 호텔의 마케팅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한 그릇에 10만 원이 넘는 호텔 빙수를 여러 번 사 먹는 사람은 많이 없더라도, 한 번쯤 사 먹어보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만약 이것을 겨냥한 마케팅이라면 다양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공략한 전략일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소비 현상을 트렌드로 분석하기도 하지만, 같은 선택이라고 해도 모두가 같은 생각은 아닐 수 있다. 각자의 욕망은 다를 수 있다.


나와 같은 선택 혹은 다른 선택을 한 타인의 생각을 통해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또 다른 가치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 만큼이나 내 선택의 가치를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개별적 선택이 존중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것은 <강인함의 힘>이라는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내수용성 감각과도 일맥상통할지 모른다. 같은 상황에서도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내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몸이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감각이 중요한 것처럼, 특정 상황에서 나의 마음과 내가 추구하는 가치의 화학적 반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것은 흔들린 나머지 금이 갈 것이다. 결국엔 무너질 것이다. 또 어떤 것은 공고해질 것이다. 더 깊이 뿌리내릴 것이다. 아니라고, 그것이 아니라고 몸서리치며 더 단단해질 것이다. 붙잡고 있던 벼의 알곡과 쭉정이가 분리될 것이다. 그러므로 타인과 비교하도록 내몰리게 되는 스트레스를 저항하거나 회피하기보단 맞설 필요도 있겠다. 그것이 필연적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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