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A씨는 늦은 저녁 회식을 마치고 대리운전을 호출했으나, 외진 곳이라 배차가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짧은 거리를 직접 운전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으로, 혈중알코올농도 0.107%의 주취 상태로 약 1km 가량 이륜차를 운전하다가 경찰의 단속에 적발되었습니다. 며칠 뒤 A씨는 관할 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보유하고 있던 제1종 보통, 제2종 소형,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를 전부 취소한다는 내용의 행정처분 통지서를 받게 되었습니다.
A씨에게 이 처분은 단순한 법규 위반의 대가를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특수 중장비인 고소작업차를 운전하는 기사였으며, 그의 수입은 배우자와 초등학생 자녀 둘을 부양하는 유일한 소득원이었습니다. 제1종 보통면허가 필수적인 직업 특성상, 면허 취소는 곧 실직으로 이어졌습니다. 수년간 쌓아온 기술과 경력이 무용지물이 되고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는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자, A씨는 해당 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권리 구제를 넘어 한 가정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음주운전 면허 취소 처분의 직접적인 법적 근거는 도로교통법 제93조 및 그 시행규칙 제91조 제1항 [별표 28]입니다. 해당 규정은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인 경우를 면허 취소 사유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행정청의 모든 처분이 법 조항에 따라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속행위(羈束行爲)'는 아닙니다. 면허 취소 처분은 법이 정한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처분 여부나 그 수위를 행정청이 결정할 수 있는 '재량행위(裁量行爲)'에 해당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재량준칙(裁量準則)'의 중요성이 부각됩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28]의 2. 취소처분 개별기준 '주' 5항에서는, 운전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중요한 수단이 되거나 모범운전자로서 처분 당시 3년 이상 교통봉사활동에 종사하는 등 정상을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처분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본래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 기준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재량준칙이 특정 요건 하에 반복적으로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형성되면 행정청은 '자기구속의 원칙'에 따라 스스로 구속받게 됩니다. 이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신뢰보호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중요한 법리로, 행정청이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인에게만 불리한 처분을 하는 것을 방지합니다.
이 사건 소송의 핵심 쟁점은 지방경찰청장의 면허 취소 처분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원고 측은 헌법상 행정법의 일반원칙인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 위반을 핵심 논리로 구성했습니다.
첫째, 비례의 원칙 위반이 주장되었습니다. 비례의 원칙은 ▲적합성의 원칙(처분이 행정 목적 달성에 적합해야 함), ▲필요성의 원칙(최소 침해의 수단을 사용해야 함), ▲상당성의 원칙(처분으로 인한 사익 침해가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커서는 안 됨)이라는 세부 원칙으로 구성됩니다.
이 사건에서 '음주운전 근절'이라는 공익은 매우 중요하지만, ▲기준치를 근소하게 초과한 점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면허 정지라는 덜 침익적인 수단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원고의 직업을 박탈하고 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면허 취소 처분을 한 것은 상당성의 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둘째, 평등의 원칙 위반이 주장되었습니다. A씨는 법규가 정한 감경 사유인 '생계형 운전자'에 명백히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행정청이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유사한 다른 사례와 비교했을 때 부당하게 차별적인 처우라는 점이 부각되었습니다. 확립된 행정관행과 재량준칙을 무시한 처분은 행정의 자기구속 원칙 및 평등 원칙에 반하는 자의적인 처분이라는 점이 역설되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여, 이 사건 면허 취소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하고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법원이 판결의 핵심 근거로 삼은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반 행위의 경미성: 혈중알코올농도 0.107%는 당시 취소 기준이었던 0.1%를 0.007%p 초과한 것에 불과하여 객관적인 위법성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고, 인적·물적 피해를 야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처분의 가혹성: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 즉 직업 상실과 그로 인한 본인 및 가족의 생계 곤란이 극심하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처분이 달성하려는 일반예방적 공익에 비해 원고가 입는 사익 침해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감경 사유의 존재: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10년 이상 경과하여 처분 기준상 가중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정한 감경 사유가 명백히 존재함에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면허 전체를 취소한 것은 재량권 행사의 내적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판단하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례는 모든 음주운전 면허 취소가 구제될 수 있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음주운전은 그 자체로 엄중한 처벌이 마땅한 중대 위법행위입니다. 다만 이 판결은 행정청의 처분 역시 헌법과 법률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재량권이 무한정하지 않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생계가 어렵다'는 감정적 호소를 넘어, 자신의 상황이 법규상 감경 사유에 부합함을 고용계약서, 소득증빙자료, 부채증명원 등 객관적 자료로 입증해야 합니다. 나아가 그 증거를 바탕으로 처분이 왜 비례·평등 원칙을 위반한 재량권 남용인지를 법리적으로 치밀하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정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라는 짧은 제소 기간을 준수해야 하므로, 부당하거나 가혹한 행정처분을 받았다면 초기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권리 구제를 위한 핵심적인 접근 방식임을 이 판례는 시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