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지만 동시에 허위 정보라는 통제 불가능한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자극적인 허위 사실로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해도 그간 우리 법 체계가 부과한 책임은 피해 규모에 비해 낮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이러한 법적 공백을 메우고 온라인상 허위 정보 유포에 대해 민사적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2월 22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2026년부터 우리 사회와 미디어 시장에 몰아칠 변화의 핵심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입니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허위 정보를 유포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법원은 실제 발생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액을 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가해자를 응징하는 것을 넘어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간 온라인 명예훼손 사건에서 인정되던 위자료 수준은 가해자가 얻는 조회수 수익이나 광고 수입에 비해 현저히 낮았습니다. 소위 사이버 렉카들이 벌금이나 소액의 배상금을 감수하며 활동을 이어갔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 번의 허위 보도로 인해 수익을 상회하는 경제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입니다.
주목할 점은 적용 범위입니다. 기성 언론사뿐만 아니라 유튜버, 블로거, SNS 인플루언서 등 사실이나 의견을 직업적으로 전달하는 모든 주체를 포괄합니다. 1인 미디어 역시 전통 미디어에 준하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법제화된 셈이며 사실상 수익을 창출하는 대다수의 콘텐츠 제작자가 영향권에 들어옵니다.
민사적 책임 강화와 더불어 행정적 제재 수위도 높아졌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동일한 허위 정보를 반복적으로 유통하여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 간의 분쟁을 넘어 플랫폼 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악의적 정보 유통 행위를 국가 차원에서 억제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의도적인 오보를 양산하는 행위자들에게는 징벌적 배상보다 더 실질적인 제약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대형 플랫폼에서 활동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작자들에게는 과징금 제도가 강력한 준법 동기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법안의 시행은 우리 사회에 양면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무분별한 폭로와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줄어들며 온라인 콘텐츠 전반의 신뢰도가 향상될 것입니다. 이용자들은 정보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며 겪어야 했던 피로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온라인 공론장의 수준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심리적 위축 효과에 대한 우려도 존재합니다. 비록 법안이 업으로 하는 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영향력이 큰 개인 논객이나 시민 기자들이 사실관계를 완벽히 검증하기 어려운 공익적 의혹을 제기할 때 배상 리스크로 인해 스스로 검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1인 미디어 시장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입니다. 팩트 체크를 위한 검증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전문 미디어는 살아남겠지만 영세한 규모의 미디어들은 법적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해 활동을 중단하거나 보도 태도가 소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미디어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를 가속화할 것입니다.
거액의 배상 제도가 도입되면 정치권이나 대기업이 이를 비판 세력을 탄압하는 도구로 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전략적 봉쇄 소송 방지 제도입니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권리 구제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핵심적인 장치입니다.
피고는 해당 소송이 정당한 권리 구제가 아닌 입막음을 목적으로 한 부당한 압박이라고 판단될 경우 법원에 즉시 각하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본안 심리에 들어가기 전 소송의 제기 배경과 원고의 신분을 먼저 파악하게 됩니다.
만약 원고가 공직 후보자나 공공기관장, 대기업 임원 등 사회적 권력층이며 소송 의도가 부당하다고 인정되어 각하될 경우 법원은 해당 원고의 명단을 대중에게 공개해야 합니다. 이는 권력자가 법적 절차를 개인의 방패막이로 쓰는 행위에 대해 사회적 지탄과 평판 저하라는 책임을 묻는 강력한 조치입니다.
2026년 법안 시행을 앞두고 미디어 제작자와 정보 공유자들에게는 증거 중심의 소통 방식이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법적인 안전지대 안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비가 필요합니다.
첫째로 철저한 출처 기록과 검증 절차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확인되지 않은 제보나 소문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정보의 출처를 명확히 하고 진위 확인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구체적인 증빙 자료를 남겨야 합니다. 이러한 사전 조치는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대한 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하는 핵심적인 방어 근거가 됩니다.
둘째로 전략적 소송 대응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권력층이나 대기업으로부터 소송이 제기되었을 경우 전문가와 상의하여 해당 소송이 전략적 봉쇄 소송에 해당되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만약 각하 신청권을 적시에 행사하지 못하면 부당한 소송에 휘말려 장기간 시간적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정 보도 및 반론권 보장에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허위 사실임이 밝혀진 직후의 신속한 조치는 고의성이나 악의성을 부정하는 데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