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아파트 부정청약 의혹, 노부모 실거주 무죄 사례

by 안영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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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의뢰인과 함께하는 안영진 변호사입니다.

2024년, 의뢰인은 서울 송파·잠실 소재 신축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습니다.


청약 가점은 총 73점. 무주택 기간 32점, 부양가족 24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7점이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수년간 무주택을 유지하며 차곡차곡 쌓아온 점수였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얻어낸 당첨이었습니다. 가족 모두가 기뻐했던 순간이었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사기관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부양가족 점수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당첨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형사 수사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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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엇이 문제였나


의뢰인의 장모가 부양가족으로 등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장모가 실제로 의뢰인 자택에 거주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논리는 이랬습니다.


"장모를 부양가족에서 제외하면 가점이 커트라인과 같거나 그 이하가 됩니다. 즉, 장모가 없었다면 당첨 자체가 불가능했을 수 있습니다."


수사 의뢰의 근거로 제시된 자료는 세 가지였습니다.


장모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상 의료기관 이용이 타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

방 3개 아파트에 5명이 거주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비현실적이라는 주장

가점 산정 오류 가능성에 관한 국토교통부 유권해석


단편적인 데이터 몇 가지만으로 수년간의 실거주 사실이 통째로 부정될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실제로 함께 살았던 가족이 하루아침에 '위장전입'의 당사자로 지목된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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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사건의 핵심 법적 쟁점


주택법 제65조 제1항은 이렇게 규정합니다.


"누구든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이 법에 따라 건설·공급되는 증서나 지위 또는 주택을 공급받거나 공급받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그리고 청약 당첨 취소와 향후 청약 제한이라는 중대한 불이익이 뒤따릅니다. 단순한 행정 제재가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한 규정입니다. 수년간 준비해온 내 집 마련의 꿈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상 직계존속이 부양가족으로 인정받으려면,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 최근 3년 이상 계속하여 같은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등재되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한 주민등록 등재가 아니라 실제 거주 여부입니다.


실제 거주의 판단은 단편적인 카드 사용이나 통화 내역만으로 결정할 수 없고, 그 장소가 생활의 근거지로서 기능하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 점이 이 사건 방어 전략의 출발점이었고, 동시에 가장 중요한 법리적 쟁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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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변호인의 대응 전략


가. 고의 부재 입증


주택법 위반으로 유죄가 성립하려면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의뢰인은 장모가 실제로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진정으로 믿었습니다.


이 점을 중심으로,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적 논거를 구축했습니다. 장모가 실제로 가사를 돕고 손자녀를 돌보며 생활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고의 부재의 핵심 근거였습니다.


나. 타 지역 의료기관 이용, 합리적 사정으로 반박


수사기관이 핵심 근거로 제시한 '타 지역 의료기관 이용 내역'에 대해, 세 가지 층위에서 합리적 설명을 제시했습니다.


경제적 사정 : 상대적으로 저렴한 진료비

의료적 필요성 : 고질적 질환 치료를 위한 특정 병원 이용

사회적 사정 : 타 지역 지인과의 친목 모임과 병원 방문이 연계


단편적인 의료기관 이용 내역 하나만으로 위장전입을 단정할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노인이 오래 다니던 병원을 이사 후에도 계속 이용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수사기관이 제시한 자료는 '의심의 근거'가 될 수는 있어도, '위장전입의 증거'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다. 객관적 자료를 통한 실거주 입증


다양한 자료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장모의 생활 중심지가 의뢰인 자택이었음을 입체적으로 소명했습니다.


건강검진 결과 통보서 및 카드 명세서 발송 주소

온라인 쇼핑몰 배송지 기록

통화 기지국 분석

카드 사용 내역

가족 구성원 및 인근 거주 지인 진술서


어느 하나의 자료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지만, 이 모든 자료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었습니다. 생활의 흔적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라. 통화 패턴 분석, 논리적 반증의 핵심


단순히 "자택 인근에서 통화가 많았다"는 사실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실제 이사 이후 통화 발신 지역이 새 주소지로 이동한 패턴이 확인됩니다. 위장전입이었다면, 주민등록 이전 후에도 이전 주소지에서 통화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거주 이전과 통화 기록의 일치라는 논리적 반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수사기관이 제시한 자료의 허점을 역으로 활용한 전략이었습니다. 위장전입이라면 설명할 수 없는 패턴이 데이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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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수사기관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네 가지 이유


수사기관은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고의성 불인정


장모는 딸 부부와 함께 생활하며 손자녀 양육, 초등학교 등하원, 학원 라이딩, 요리 등 가사 전반을 담당해 온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주민등록 등재를 넘어, 실질적인 가족 공동생활이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② 객관적 증거들이 실거주를 뒷받침


건강검진 결과 통보서와 카드 명세서가 의뢰인 자택 주소로 정기적으로 발송되었고, 온라인 쇼핑몰 배송지 역시 해당 주소로 설정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일상의 크고 작은 흔적들이 모두 같은 주소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③ 통화 기지국 내역이 결정적 증거로 작용


장모의 휴대폰 발신 기지국이 자택 인근에 집중되어 있었고, 이사 이후 통화 발신 지역이 새 주소지로 이동한 패턴이 거주 이전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이 패턴은 위장전입 시나리오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④ 타 지역 의료기관 이용에 대한 합리적 사유 인정


고질적 질환 치료 필요성, 저렴한 진료비, 타 지역 지인과의 친목 모임이 병원 방문과 연계되어 있었음이 진술 및 자료로 확인되었습니다. 수사기관도 이를 위장전입의 근거가 아닌, 충분히 납득 가능한 개인적 사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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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실거주라도 안심은 금물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청약 당첨자에 대한 사후 검증 과정에서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 카드 사용 내역, 통화 기지국 자료 등 방대한 디지털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이 과정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으며,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범위도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함께 거주했더라도, 서류상 의심이 포착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것이 실무 관행에 가깝습니다. 유죄가 명백한 경우만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애매한 사안도 수사로 넘겨집니다. 이 사건의 의뢰인처럼, 아무런 잘못이 없어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수사 의뢰 통보를 받는 순간부터 방어 전략이 필요합니다. 즉흥적 진술은 번복이 어렵고, 단편적 자료에 끌려다니기 쉽습니다. 초기 대응 하나가 사건의 방향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 초기에 어떤 자료를 어떤 순서로 제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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