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의뢰인과 함께하는 안영진 변호사입니다. 최근 몇 년간 에어컨 실외기에서 비롯된 화재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낮의 열기를 식혀주던 에어컨이 하루아침에 거실을 불바다로 만들고, 가정과 상가, 아파트 단지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현실 앞에서 피해자들은 깊은 절망감에 빠집니다.
화재로 인한 손해는 단순한 물질적 피해를 넘어 생계의 기반을 뒤흔드는 만큼, 누구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따져야 합니다. 특히 에어컨 실외기에서 발생한 화재는 책임 주체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법적으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선 보다 전략적이고 전문적인 접근이 요구됩니다.
1. 실외기 화재, 원인을 특정해야 손해배상이 시작됩니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났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최초 발화지점'을 정확히 특정하는 것입니다. 발화지점이 실외기 내부인지, 실외기에 연결된 전기배선인지, 혹은 인근 외부 요인인지에 따라 책임 주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실외기 자체의 결함이라면 이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제조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외기에 연결된 전기배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문제는 설치 과정에서의 과실일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설치업체나 전기 시공업체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러한 경계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소방서 화재조사보고서, 전기안전공사의 감식결과, 혹은 사설 화재감정기관의 분석이 필요합니다.
종종 발화 원인이 애매하게 기록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에어컨 인근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식의 결론이라면, 피해자 측에서 추가 입증을 하지 않으면 명확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고, 결국 소송에서 패소할 위험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송 전 단계에서부터 화재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원인 규명과 책임자 특정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2. 임대주택이라면 임대인 vs 임차인 책임 어떻게 나뉘나요?
화재가 임대주택이나 상가건물에서 발생한 경우, 책임의 귀속은 더 복잡해집니다. 일반적으로는 주택이나 건물의 유지·관리 책임이 임대인에게 있기 때문에 임대인이 설치한 에어컨이나 배선에 문제가 생겼다면 임대인의 배상책임이 성립합니다.
특히 임대인이 직접 설치업체에 시공을 맡기고, 그 이후 관리의무를 수행하지 않은 경우라면 책임이 무거워집니다.
그러나 최근 판례들은 임차인의 역할도 면밀히 따지고 있습니다. 임차인이 직접 에어컨을 설치했고, 배선공사 역시 본인이 주도한 경우, 나아가 전기배선의 결함을 사전에 인지하거나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면 임차인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거주기간 중 무단으로 전기배선을 추가하거나, 위험한 방식으로 실외기를 설치했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임차인에게 전가됩니다.
결국 법원은 ‘누가 설치했는가’, ‘관리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이 있었는가’를 중심으로 과실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사실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입증 책임을 어떻게 배분하고 전략적으로 주장하느냐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3. 피해액 산정, 감정과 증빙자료 확보가 핵심입니다
화재 손해배상 청구에서 가장 현실적인 쟁점은 ‘얼마를 배상받을 수 있는가’입니다. 이 부분은 매우 복잡한 계산을 요구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손해액을 산정합니다.
하나는 소 제기 후 법원에 감정을 신청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감정인이 화재 현장을 직접 조사하고, 복구비용·소실자산·간접피해 등을 산정하여 법원에 제출하게 됩니다. 다만 화재 현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훼손되거나 정리되는 경우가 많아, 감정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사고 직후 사설 손해사정업체에 의뢰하여 신속하게 피해 산정을 받는 방식입니다. 이는 보험금 청구나 소송 제기 시 입증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손해액의 범위를 신속히 확정하는 데 유리합니다.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자료들이 증빙에 중요합니다.
소실된 물품의 구입 영수증 및 세금계산서
복구 및 수리 견적서
화재 당시 촬영된 사진, 동영상
보험사와 주고받은 서신, 지급결정서
피해자가 이러한 자료를 얼마나 충실히 확보하고 정리하느냐에 따라,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배상액이 수천만 원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4. 소송, 반드시 정확한 상대방을 지정해야 합니다
화재 손해배상 소송은 상대방을 잘못 특정하면 그 자체로 치명적인 패인이 됩니다.
예컨대, 전기배선의 시공상 과실로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실외기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법원은 제조사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변호사 비용, 소송비용은 물론이고, 법적 구제의 기회 자체를 날리게 됩니다.
이러한 실수를 피하려면 화재조사보고서와 시공 내역을 바탕으로, 누가 실질적으로 책임 있는 주체인지 사전에 철저히 분석해야 합니다.
또한, 소송 전에 상대방과의 책임범위에 대한 협의 시도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향후 재판에서 상대방의 책임 회피 주장에 대응하는 중요한 자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5. 민사뿐 아니라 형사·보험까지, 종합적 전략이 필요합니다
화재 사고는 종종 형사사건으로도 비화됩니다. 실수나 과실로 불을 낸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치상, 실화죄 등으로 입건될 수 있고, 반대로 타인의 방화나 위법행위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면 그에 대한 형사고소와 수사협조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화재보험, 건물보험, 사업자배상책임보험 등 보험금 청구 문제도 복잡하게 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험사는 종종 고의성 여부, 과실의 경중, 약관 해석 등을 문제 삼아 지급을 거절하거나 일부만 지급하려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적 대응 역시 중요합니다.
결국 실외기 화재는 단순한 민사분쟁이 아니라, 형사책임, 보험 청구, 시공업체나 제조사의 손해배상 책임까지 모두 연관된 다층적 법률 사건입니다.
이러한 사건을 정확히 대응하려면 단순한 일반 민사 변호사가 아닌, 화재사건에 특화된 경험 있는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