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을 밀쳤다고 해서 무조건 실형을 선고받는 것은 아닙니다.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적법한 공무집행'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경찰의 위법한 가택 진입에 항의했다가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미혼모 A씨가 결국 무죄를 선고받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합니다.
1. “경찰 폭행하면 실형?” 공무집행방해죄를 둘러싼 오해
경찰을 향해 팔을 뿌리치거나 소리를 질렀다고 해서, 무조건 실형을 선고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공무집행방해죄는 피해자도, 수사 주체도 경찰입니다. 일반 폭행 사건과 달리 경찰 내부에서 사건을 인식하고 수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사 단계에서 이미 피의자에게 불리한 흐름이 형성되기 쉽습니다.
특히 시민이 흥분한 상태에서 경찰관의 신체를 밀거나 잡기만 해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곤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경찰 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공무집행방해죄는 ‘적법한 공무’가 전제되어야만 성립되며, 만약 그 전제가 무너진다면 죄가 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실제 의뢰인 A씨의 사건을 통해, 경찰과 충돌이 있었지만 결국 무죄를 받아낸 과정을 소개합니다. 특히 형사 전문 변호사의 개입이 어떻게 사건의 흐름을 바꾸고, 억울한 피의자의 권리를 지켜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2. 사건의 시작: “아이 혼냈을 뿐인데 경찰이 문 열고 들어왔어요”
의뢰인 A씨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였습니다. 이혼 후 홀로 육아를 도맡았고, 생활고와 양육 스트레스로 심리적으로도 지쳐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면 큰 소리로 훈육을 하기도 했지만, 아이를 때린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옆집 이웃 B씨가 A씨가 아이에게 호통치는 소리를 듣고는 “아동학대 같다”며 경찰에 신고를 하였습니다.
당시 A씨는 현관문을 열어놓은 상태였기에, 복도까지 아이에게 훈육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복도까지 올라와 “들어가보겠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당연히 “영장도 없이 어떻게 집에 들어오느냐”며 이를 강하게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경찰관 중 한 명이 “아이를 구해야 한다”며 A씨의 의사에 반해 현관문을 밀고 강제로 집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순간 놀라고 분노한 A씨는 해당 경찰관의 팔목을 뿌리치고, 가슴 부위를 한 차례 밀쳤습니다.
몇 분간의 실랑이 후 상황은 일단락되었으나, 며칠 후 A씨는 ‘공무집행방해죄’ 혐의로 경찰서 소환을 통보받게 되었습니다.
형사처벌을 받은 적도, 범죄와 관련된 적도 없던 A씨는 처음 접하는 형사 절차에 극심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경찰’이라는 점에서 자신이 무조건 불리하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였고, 결국 저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3. 쟁점의 핵심: 경찰의 가택 진입, 적법했는가?
공무집행방해죄는 폭행 자체가 아닌, ‘적법한 공무집행에 대한 방해’가 있어야 성립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찰의 공무가 정당한 권한과 절차에 따라 수행되었는지 여부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16조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수색이나 주거 침입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야만 가능하며, 예외적으로 긴급체포나 현행범 체포, 혹은 생명에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영장 없이 주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A씨의 경우,
경찰이 도착했을 당시 아이는 단순히 잔소리를 듣고 있었을 뿐 신체적 피해 정황은 전혀 없었고,
A씨가 범죄를 저지른 ‘현행범’으로 볼 만한 상황도 아니었으며,
긴급한 생명 위험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즉, 경찰이 A씨의 동의 없이 가택에 진입한 것은 위법한 공무 집행이었습니다.
그렇다면 A씨가 이에 반발하여 경찰을 뿌리친 행동은 오히려 사적 공간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적 행위일 수 있으며, 범죄로 평가되어선 안 됩니다.
4. 변호인의 조력: 증거 수집부터 역공 전략까지
사건을 맡은 직후, 저는 즉시 경비실에 연락해 복도 CCTV를 확인 요청했습니다. 영상에는 경찰이 A씨의 명확한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집 안으로 진입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해당 장면은 경찰이 사전 동의 없이 가택을 침입했다는 핵심 증거가 되었고, 공무집행의 ‘위법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추가 조치를 취했습니다.
평소 A씨가 아이를 때린 적이 없다는 이웃 주민들의 진술서를 받아 증거로 제출
유사한 사안에서 무죄가 선고된 대법원 및 하급심 판례들을 정리해 제출
형사소송법상 가택 진입 요건에 대한 법리 분석 자료 작성
해당 경찰관을 ‘주거침입죄’로 맞고소하여 수사 당국의 시선을 역전시킴
수사기관은 처음엔 혐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분위기였으나, 객관적 증거와 맞불 전략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검찰 역시 무작정 기소를 밀어붙이기 어려운 사정이 되었고, 결국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갔습니다.
재판에서는 경찰의 진입이 과연 적법했는지를 중심으로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재판부는 “적법한 공무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씨는 형사처벌의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5. 형사전문 변호사의 역할: 억울함에서 벗어나는 법적 동반자
공무집행방해는 형식적으로는 단순폭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매우 복잡한 법리와 감정, 그리고 권력 구조가 얽혀 있습니다. 피해자가 경찰이고 수사관도 경찰일 경우, 피의자는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사건에서 형사 전문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경찰의 공무집행이 과연 ‘적법’했는지를 법률적으로 판단
현장의 객관적 자료(영상, 진술, 물리적 정황 등)를 수집해 법리 포섭
수사기관의 관성적 기소 흐름을 차단하고, 법정에서 반전 포인트 확보
필요 시 역고소 등 전략적 대응으로 사건의 균형 맞추기
무죄 판결은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증거와 법리를 기반으로 체계적 주장을 통해 이끌어낸 결과입니다.
A씨 사건은 단순한 ‘경찰 폭행’이 아닌, 공권력과 사적 공간 사이의 갈등이었고, 법의 기준에 따라 시민의 권리를 지켜낸 사례로 남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