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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캐릭터 회수, 3천만 원 손해배상 사례

by 안영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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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의뢰인과 함께하는 안영진 변호사입니다.


의뢰인은 리니지 게임을 오랫동안 즐겨온 이용자였습니다. 2015년, 그는 중고 거래를 통해 피고 B에게서 리니지 계정을 구매했고, 그 계정은 피고 B의 동생인 C 명의로 개설된 것이었습니다. 거래는 단순한 구두 합의가 아니라 인증폰, 명의사용 동의서, 계정포기각서까지 포함된 비교적 정식의 절차를 따랐습니다.


의뢰인은 약 600만 원을 지급하고 계정을 양도받아 약 1년 가까이 정상적으로 게임을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 발생했습니다.


피고 B는 돌연 인증폰을 해지하고 계정 비밀번호를 변경하여, 의뢰인의 접근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계정 회수가 강제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해당 계정 내 아이템 일부가 제3자에게 넘겨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의뢰인은 그동안 게임을 즐기며 추가로 구매한 아이템 비용과 시간 투자에 대한 정서적 피해까지 입게 되었고, 결국 법적 대응을 결심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계정 도용이 아닌 ‘회수’ 형태로,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과 디지털 자산의 법적 성격이 쟁점이 된 대표적 판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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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 계정도 ‘재산’이 될 수 있는가… 법원의 인식 변화


이번 소송의 핵심은, 디지털 자산인 게임 계정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인지 여부였습니다. 현실 세계의 물리적 자산이 아닌, 서버 기반의 사용권 형태로 존재하는 게임 계정은 그동안 법률적으로 애매한 영역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 사건에서 재판부는 ‘게임 계정도 일정한 가치와 이용권을 가지며, 이를 무단 회수하는 행위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즉, 명시적인 계약서에 회수 금지 조항이 없더라도, 사실상 게임 이용자의 안정적인 사용권은 보호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이 같은 판단은 디지털 자산의 법적 보호 가능성을 넓히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법원은 캐릭터를 단순한 데이터로 보지 않고, 이용자의 금전 투자, 플레이 시간, 정서적 애착을 고려한 실질적 ‘재산’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는 유저 권리 보호의 중요한 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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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손해액 입증, 감정 아닌 데이터로… 게임 아이템도 ‘시세’가 있다


소송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손해액의 산정이었습니다. 피고가 회수한 계정에는 실제로 수백만 원의 고가 아이템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 일부는 제3자에게 매각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의뢰인은 단순히 “비싸다”는 주장에 그치지 않고, 계정과 아이템 관련 커뮤니티, 거래 플랫폼, 실제 매매 내역 등 정량적 데이터를 수집해 제출했습니다. 해당 캐릭터의 레벨, 아이템 구성, 서버에서의 희소성 등을 분석하여 아이템 피해액 약 1,400만 원을 객관적으로 산정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이처럼 게임 관련 소송에서는 유저 시세와 거래 내역이 실질적인 손해 입증의 수단이 됩니다. 감정적 주장보다는 객관적 수치가 판결의 기준이 되며, 이를 위해서는 게임 아이템에 대한 경험과 시장 흐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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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신적 피해도 인정받은 판결… 캐릭터는 유저의 또 다른 자아


이번 판결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법원이 정신적 피해를 인정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금전적 손해뿐 아니라, 의뢰인이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육성한 캐릭터를 강제로 빼앗긴 정서적 충격 역시 고려됐습니다.


의뢰인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 투자 시간, 회수 시점에서의 심경 등을 자세히 서술한 진술서를 제출했습니다. 오랫동안 쌓은 기록이 무너진 심정을 담담히 표현했고, 이는 재판부에 신뢰를 주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70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하며, 캐릭터 회수로 인한 정신적 손해도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디지털 공간에서도 유저의 정체성과 자산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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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게임 전문 변호사의 조력, 왜 중요한가



이번 사건에서 승소를 이끈 가장 큰 요인은 전략의 방향 전환과 증거 구성의 설득력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처음부터 계약 위반을 주장하기보다는, ‘불법행위’ 중심으로 법적 쟁점을 설정했고, 상대방의 행위가 명백히 원고 권리를 침해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또한 명의자 C와 실질 행위자 B의 구분을 명확히 하여, 책임 귀속에 대한 법적 혼선을 방지했습니다. 법률적으로 모호할 수 있는 영역에서 책임자를 정확히 특정해 논리 구조를 정리한 것이 결정적인 전략이었습니다.

게임 관련 사건은 단순 민사소송과 달리 기술적 배경, 약관 해석, 서버 구조 이해, 디지털 증거 확보 등 복합적 요소가 얽혀 있습니다. 특히 게임사와 유저 간의 법적 지위, 계정 소유권의 해석, 제3자 시장의 거래 흐름 등은 일반 민사 변호사로는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게임 전문 변호사는 실제 게임 환경과 유저 커뮤니티 구조, 시세 논리, 디지털 자산의 활용 방식 등을 꿰뚫고 있어야 하며, 이러한 이해는 곧 법정에서의 설득력으로 직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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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디지털 시대의 재산권, 이제는 법이 지켜줍니다


리니지 계정 회수 사건은 게임 속 캐릭터가 더 이상 단순한 픽셀이 아니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재산’임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번 판결은 향후 게임 계정, 아이템 거래, 해킹, 도용 등과 관련한 소송에서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자산이 현실 자산 못지않게 중대한 가치로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유저의 노력과 투자를 존중하고, 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시스템은 더욱 정교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목마다, 전문성을 갖춘 법률 전문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게임 관련 피해로 고민 중이라면,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사실관계와 증거를 확보하고, 사건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주는 전문가와 함께 대응해야만, 복잡한 기술과 법리가 얽힌 분쟁 속에서 당신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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