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 괴사, 의사의 잘못인지? 무죄로 끝난 의료사건

by 안영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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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의뢰인과 함께하는 안영진 변호사입니다. 성기 보형물 수술 후 괴사라는 결과를 마주했다면, 많은 사람은 ‘의사의 책임’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환자의 피해가 크고, 결과도 명확한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료행위는 결과만으로 평가될 수 없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형사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낸 사건을 중심으로, 의료와 형사법 사이의 간극을 살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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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자의 피해, 하지만 의사의 책임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의료사고는 시각적으로 강렬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성기 괴사처럼 상상만으로도 고통스러운 결과를 보면, 일반인은 즉각적으로 의료진의 과실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의사의 책임이 인정되려면 단순한 결과 이상으로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부산 지역 비뇨기과 의원의 개원의로, 2020년 피해자에게 팽창형 음경보형물 삽입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수술 직후 피해자는 통증을 호소했고, 피고인은 항생제를 투약하며 경과를 관찰했습니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항생제를 즉시 변경했지만, 그 과정에서 세균배양검사는 생략되었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귀두 괴사 등 심각한 손상을 입고 고소에 이르게 되었고, 검찰은 이를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판단해 기소했습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피고인의 대응이 다소 소극적이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보형물 제거와 같은 조치도 이뤄졌다는 점에서 피고인은 전반적인 관리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유무죄는 극명하게 갈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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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염 치료, '세균배양 생략'은 오히려 신속대응일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는 의료행위의 표준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항생제를 변경하면서도 세균배양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점이 과실로 지목되었습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이것이 단순한 생략이 아니라, 감염 치료의 특수성을 고려한 신속 대응이었음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음경보형물 수술은 감염의 위험이 구조적으로 높은 시술입니다. 이물질이 체내에 삽입되면 조금만 감염이 생겨도 빠르게 전신으로 확산될 수 있어, 신속한 항생제 처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무에서는 세균배양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감염이 악화되어 패혈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임상적으로는 경험적 항생제 투약이 더 안전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재판에서는 감정서를 통해 이 점이 명확히 입증되었습니다. 비뇨기과 학회 및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모두 피고인의 치료가 표준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했으며, 항생제 처방 역시 적절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피고인의 행동이 단순한 과실이 아니라, 감염 치료의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의료행위’였음을 보여주는 핵심 증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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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괴사의 직접 원인, 단정할 수 없는 복합적 구조


의료사고의 인과관계는 단선적이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괴사를 겪었다고 해서, 그 원인이 반드시 수술 직후의 의학적 처치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본 사건에서도 괴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시점은 수술 이후 수주가 지난 시점이었고, 그 사이 환자는 병원을 내원하지 않았습니다.


변호인은 이 기간 동안 외부 요인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입원한 다른 병원에서 도뇨관을 제거한 직후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점은, 괴사의 방아쇠가 피고인의 행위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정황이었습니다. 또한 진료 공백기의 존재는, 의료진의 관리 범위를 벗어난 상황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환자의 자가 위생 관리 상태나 면역 저하 등 다른 의학적 요인들도 괴사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피고인의 처치만으로 괴사가 유발됐다는 단정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 역시 ‘합리적 의심’을 낳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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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형사법의 벽, 단순한 추정만으로는 넘을 수 없습니다


형사소송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지려면, 모든 요건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이는 매우 높은 기준이며, 일반적인 민사책임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가 적용됩니다. 의료형사사건에서는 특히 그 입증 부담이 크며, 전문가 감정과 증언이 사실상 승패를 좌우합니다.


본 사건의 변호인은 재판 내내 이 형사법의 구조에 정확히 대응했습니다. ‘결과’만으로 과실을 추정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했습니다.


전문가 증인을 통해 항생제 사용의 의학적 정당성을 확인받고, 진료기록·간호기록·소독일지 등을 제출하여 피고인의 치료 성실성도 적극 부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피고인의 과실이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고,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심이 있는 경우 피고인의 이익으로) 규정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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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의료형사사건, 첫 대응이 승패를 좌우합니다


의료행위는 언제든 분쟁의 소지가 있습니다. 특히 감염, 마취, 신경 손상 등 돌발 가능성이 있는 수술일수록 책임 공방은 복잡하게 얽힙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잘못한 게 없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진료기록 해석, 학술자료 확보, 감정서 요청, 증인신문 설계 등은 모두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변호인은 방어의 모든 수단을 사전에 정비하고, 수사 초기부터 증거 확보와 서면 설계를 체계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만약 피고인이 진료기록을 뒤늦게 정리했다거나, 세균배양검사 생략의 의학적 타당성을 설명하지 못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의료형사사건은 단순히 방어하는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입증의 불가능을 드러내는 전략의 예술이기도 합니다.


의사로서 억울한 형사 고소를 당했다면, 초기에 형사 전문 변호사와 함께 치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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