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의뢰인과 함께하는 안영진 변호사입니다.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부모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분쟁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겐 자식을 위한 마지막 책임이자, 삶을 지탱할 마지막 끈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의료사고가 아니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보험사의 주장에 맞서, 질병사망 보험금 1억 4천만 원을 받아낸 과정을 소개합니다. 보험금 분쟁에 놓인 분들이 꼭 알아야 할 법적 쟁점과 해결 전략도 함께 담았습니다.
1. 비극은 체중조절 수술 후 시작되었습니다
의뢰인은 자녀를 잃은 슬픔 속에서 보험사와의 분쟁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고인은 체중조절을 위한 위밴드 수술을 받은 후, 복통으로 재입원했고 여러 차례 개복수술과 장 절제, 복막염 치료 끝에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유족은 의료과실을 의심해 집도의인 의사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과실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민사소송은 패소했지만, 변호인으로서 저는 오히려 그 판결에서 새로운 전략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사망의 원인이 의료과실이 아니라면, 반대로 '질병'으로 인한 사망일 수 있다는 점. 이는 곧 질병사망 보험금 청구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는 의료사고 아니면 지급하지 않는다 했지만 의뢰인이 가입했던 보험은 무배당 질병보장형 상품으로, 질병사망 담보와 입원의료비 특약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위밴드 수술 자체가 '비만치료 목적'이며, 이후의 입원과 사망도 외과적 처치의 연속이라는 이유로 질병사망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또한 보험약관에 "비만치료 목적의 입원"이나 "의료처치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기에, 이를 근거로 보험사는 모든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심지어 보험금 청구가 사망일로부터 2년이 지나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어 소멸시효까지 주장했습니다.
2. 면책조항? 질병 경과를 입증해낸 의학적 전략
보험사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저는 단순한 서면 주장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의료기록, 수술 경과, 의학자문, 감정의 소견을 종합해 장천공 및 패혈증이 위밴드 수술의 직접적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논리화했습니다.
장유착, 복막염, 패혈증은 만성 염증과 감염이라는 질병 경과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미 선행 소송에서도 의료과실이 부정된 만큼, 이 사망은 외과적 손해가 아닌 '질병에 의한 사망'이라는 입증을 이끌어냈습니다.
또한 입원의 목적 역시 비만치료와는 무관하게 합병증 치료에 집중되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해당 보험 약관의 면책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 시효 항변과 상속 문제까지, 복잡한 법적 쟁점 넘어서
보험금 청구 시효는 일반적으로 사망일로부터 2년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선 사망 후 바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바로 의료과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선행 민사소송이 4년 가까이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보험금 청구의 시효는 단순히 사망일이 아닌, 사고의 법적 성격(질병사망)을 인식할 수 있었던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민사소송 확정일을 시효 기산일로 삼아 보험금 청구가 시효 내 이루어졌다고 인정했습니다.
또한 수익자인 자녀가 사망하고, 상속인 중 한 명은 상속포기를, 다른 한 명은 한정승인을 한 상황이었기에 수령권자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입원의료비는 사망자의 질병으로 인해 발생한 채권이므로 상속재산에 해당하며, 유일한 실질 상속인인 의뢰인이 이를 청구할 수 있음을 입증해 혼란을 해소했습니다.
4. 사망 원인을 구조화하자, 보험사의 논리가 무너졌습니다
보험사가 가장 강하게 주장했던 부분은 사망이 수술의 결과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선행 민사소송 판결을 이용해, 오히려 '의료과실이 아니다'라는 법원의 판단이 있기에 사망은 질병의 자연 경과라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의료기록과 문헌, 감정의견서를 종합 분석해 복막염과 패혈증이 외과적 처치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논리화했고, 결국 법원은 저희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나아가 면책조항 자체의 적용 불가능성까지 인정되면서, 보험사의 모든 주장은 배척되었고, 의뢰인은 1억 4천만 원 전액을 지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5. 보험금 분쟁, 절대 혼자서 싸우지 마십시오
이 사건을 통해 저는 다시금 보험금 분쟁의 어려움을 절감했습니다. 보험사는 언제나 자사의 약관 해석을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려고 합니다. 질병과 의료사고의 경계, 시효 기산일의 기준, 상속권자의 범위 등은 단순한 청구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희 법무법인 정윤은 다양한 보험금 소송 경험을 바탕으로, 약관 분석과 의학자문을 결합한 전략적 대응을 통해 유족의 권리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사한 문제로 고민 중이시라면, 혼자서 감당하지 마시고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의뢰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보험사의 주장 이면까지 꿰뚫어보는 것이 저희의 역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