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의뢰인과 함께하는 안영진 변호사입니다.
철거비, 화재 복구비, 심지어는 구두 약정까지.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둘러싼 이 사건은, 민사소송의 거의 모든 쟁점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계약 해석, 공사 범위, 기성률, 입증 책임…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의뢰인에게 감정적으로 너무도 억울한 일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이 사건에서 어떤 전략으로 대응했는지, 그리고 민사소송에서 실질적 방어 효과를 거두기 위해 어떤 판단이 필요했는지를 공유드리겠습니다.
1. 공사를 맡긴 게 죄가 된 걸까요
의뢰인은 본인 소유 낡은 건물을 새롭게 단장하고 싶었습니다. 외부 업체와 리모델링 계약을 체결했고, 일정 금액의 공사비를 약정한 후 일부 착수금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공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옥상 철거 작업 중 예기치 않게 화재가 발생했고, 시공업체는 이 화재의 복구까지 도맡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고마웠던 그 말이, 나중에는 ‘추가 공사비’라는 이름으로 돌아왔습니다. 철거비, 화재 복구비, 심지어 공동 지급 약정까지. 원래 계약 범위를 넘는 청구가 몰려왔고, 결국 소송으로 비화됐습니다.
의뢰인은 억울했습니다. 계약서 어디에도 이런 추가 비용 이야기는 없었고, 서면으로 주고받은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공업체는 “말로 약속했잖아요”, “그때 동의했잖아요”라며 책임을 물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계약의 본질을 두고 다투는 싸움이었습니다. 특히 공사 도중 발생한 불가항력적 사태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약정이나 협의가 있었는가라는 점에서 법적 공방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 말이 계약이 되는 순간들
민사소송에서 가장 먼저 따져야 하는 건 ‘약정’의 존재입니다. 실제 공사가 있었는지보다, 그것이 약속된 범위였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특히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항목은,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구두 약정이라는 주장은 매우 신중하게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공업체는 철거비와 화재 복구비, 그리고 추가 공사비까지 모두 별도 약정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계약서 어디에도 해당 항목이 없고, 따로 변경계약서나 확인서, 설계 변경 문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철거비와 화재 복구비를 둘러싼 당사자 간 이메일, 문자 등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법원에 제출하며 의뢰인의 입장을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특히 화재 복구비에 대해서는, 보험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 보험금 수령 가능성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피고가 별도 부담을 약속할 이유가 없음을 부각시켰습니다.
또한 의뢰인이 이미 설계 용역비 등을 지급했고, 원고가 공사 완료 없이 철수했다는 점도 함께 입증하여 오히려 과잉지급 정황이 있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3. 숫자로 설득하는 전략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기성률’과 ‘공사비 정산’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원고가 실제로 한 공사에 대해 얼마를 받아야 하고, 의뢰인이 얼마를 이미 지급했는지를 따지는 과정이었죠.
원고가 제출한 청구 내역은 구체적으로 항목이 나열되어 있었지만, 그 근거가 되는 설계도면, 계약서 부속 문서들이 대부분 누락되어 있었기 때문에 저희는 이를 지적하며 공사의 실질 범위를 재구성했습니다.
감정 결과는 원고 측 주장에 다소 유리할 수 있었지만, 저는 감정자료의 해석 방식에 주목했습니다. 감정이 실제 계약 범위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 자료가 불완전하거나 누락된 점 등을 하나하나 짚어 법원에 전달했습니다.
또한 감정서의 수치와 계약서상 범위를 대응시키며, 원고가 주장하는 청구가 기성률을 넘어선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법원은 결국, 피고가 이미 지급한 금액이 감정 결과에 따른 적정 공사비를 초과한다고 판단하며, 미지급 공사비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4. 법은 정황이 아닌 증거로 판단합니다
시공업체는 소송 내내 “이건 서로 말로 다 된 거다”라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민사소송에서 고액 청구는 반드시 서면 증거로 입증되어야 하며, 말로 한 약속은 사후 다툼이 생겼을 때 거의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원고가 청구한 금액 대부분은 계약서나 별도의 문서 없이 주장되었고, 법원은 그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전부 또는 대부분을 기각했습니다. 특히 철거비와 화재 복구비는 그 존재 자체보다, 그에 대한 ‘약속’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됐고, 결국 그 약속이 입증되지 않았기에 청구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민사 재판에서 입증 책임은 기본적으로 청구하는 쪽에 있다는 원칙을 다시금 확인한 판결이었습니다.
5. 혼자서 감당하기엔 너무 억울했던 싸움
의뢰인은 처음엔 “제가 뭘 잘못했죠?”라는 물음을 제게 던졌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고도 오히려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민사소송은 단순히 ‘진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진실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느냐’의 싸움입니다. 계약서 한 줄, 견적서 한 장이 승패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입증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의뢰인도 직접 체감하게 되었고, 소송 초기부터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이 절실히 와닿는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감정 결과, 계약 해석, 입증 책임 등 법률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각 항목마다 법리적으로 구조화된 대응이 필요합니다. 그 작업은 전문성과 전략적 판단 없이는 결코 쉽게 완성되지 않습니다.
만약 지금 유사한 분쟁에 처해 계시다면, 전략적인 대응을 위해 전문 변호사와 상담해보시기를 권합니다. 혼자 해결하려다 더 억울한 결과를 맞기 전에, 실질적 방어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의뢰인의 억울함이 제 손을 통해 해소되는 그 순간, 저는 비로소 이 일이 의미 있다고 느낍니다.
법무법인 정윤 안영진 변호사 010-2271-5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