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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진찍는안현정 Jul 10. 2021

사진을 글처럼, 글을 사진처럼

사진과 글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것이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 배우려고 오신 분들에게 매번 하는 이야기가 있다.

"벤치마킹을 하세요. "

"좋은 사진 많이 보세요. 많이 보다 보면 아이디어가 나오고 나의 사진이 만들어져요."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맞는 이야기이다.

나 자신도 잘 찍은 다른 사진들을 보면서 배우기도 하고 아이디어도 얻는다.

이런 조언이 그분을 만나기 전까지는 사진 초보자분들에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사진을 잘 찍는 스킬 말고 당신의 생각은 어디 있나요?"

나의 SNS를 보던 그분은 단도직입적으로 내게 묻는다

"........."

어.. 그러고 보니 그랬다. 

없다..


"당신의 사진 강의 후기들을 보면 수강생분들은 당신의 철학을 느끼고 알고 있는데 정작 당신은 강의 때만 알려주시고 글로 표현은 안 하셨네요."

나는 강사니까 강의 때 내 생각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

저.... 글 쓰는 게 어렵고..... 힘들어서......

말로 하는 게 편해요........"

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글로 쓰는 거 어렵지 않아요. 말하듯이 쓰면 돼요. 어법, 맞춤법 맞추려고 하지 마세요.

생각나는 대로 우선 쓰세요.

많이 읽고 좋은 글을 가져와서 거기에 내 생각을 넣으면 돼요."


어떻게 하는지 직접 보여주신다.

기존 작가들의 좋은 글을 선택한 후 그 글에 대한 나의 경험을 내가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 그분은 글로 쭉쭉 써 내려가면서 벌써 4~5줄이 채워지는 것을 보았다.

'오~ 이렇게 하면 글이 길게 써지는구나. 이런 방법도 있네~' 하며 놀라워하는 것도 잠깐.

기존 작가들의 좋은 글을 선택하고 그 글과 관련된 내 생각을 담아내려면 많은 글을 읽어야 하고 내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글인지 아닌지 분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분의 방식처럼 글을 써본 적이 없으니 자신이 없었다.


그때 불현듯 생각이 났다.

나도 그분과 같은 방법으로 사진 잘 찍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사진을 전공하면서부터 많은 사진들을 보았고 현재도 보고 있으니 나의 뇌와 눈은 잘 찍은 사진에 길들여져 있어서 누구보다 쉽고 빠르게 좋은 사진을 선택하고 그 사진을 모티브로 나만의 생각을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좋은 사진을 많이 보는 방법이 사진적인 시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느꼈기에 그렇게 알려 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아무리 좋은 방법일지언정 누군가에게는 이 방법도 버겁고 어려운 일일 수 있다는 것을 글쓰기를 통해 느끼게 된 것이다.


글쓰기 초보인 내가 이까짓 거~~ 하며 덤비기엔 무언가 막막하고 큰 벽이 있는 듯하니 말이다.

바꿔 말하면 '좋은 사진을 많이 보고 배우고 아이디어를 얻어라'라는 나의 조언도 사진 초보인 분에게는 시작하기가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좋은 사진을 어디서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무엇보다 좋은 사진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이 없어서 힘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깨달음을 글을 쓰며 알게 되었으니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글쓰기 초보자인 내가 느낀 대로, 사진 초보자가 어렵지 않게 좋은 사진에 쉽게 다가가서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진을 찍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찍을 것인가'이다.

찍을 대상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촬영자의 중심 생각과 느낌, 즉 주제를 정하는 것이다.  주제가 어렵다면 내가 찍고 싶은 것부터 찍어 보자.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서 첫 줄부터 막히는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내가 관심이 가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나무가 좋으면 나무를, 꽃이 좋으면 꽃을, 인형이 좋으면 인형을, 커피가 좋으면 커피를 찍어도 좋다. 



찍고 싶은 것이 '나무'라고 예를 들면 유명한 작가들이 찍은 작품이나 이미지 공유 사이트에서 나무를 검색한 후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20~30장 정도 선택한 후 내가 나무에서 찾고자 한 생각,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이 있는 사진을 선별한다.  주의할 점은 단순하게 멋있는 사진이 아닌 나무에서 나만의 감정이 느껴져야 한다는 것이다. 선별된 사진들을 모방하는 것이 아닌 공통된 감정을 느낀 후 나의 생각과 감정이 담긴 나무 사진을 많이 찍어보는 것이다.  


좋은 글을 많이 읽으면 글 쓰는 감각이 키워지듯이 좋은 사진을 많이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진을 보는 눈이 높아진다.


사진과 글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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