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

주짓수, 뭐가 그렇게 좋길래

by 안유선

주짓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6년 차 수련자이다.


국내에 주짓수가 들어오기 시작한 1999년도 즈음, 주짓수는 격투기에 관심이 있는 무술 애호가 또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새로운 스포츠에 열광하는 스포츠 얼리 어답터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키아노 리브스, 척 노리스, 스칼렛 요한슨, 밀라 요보비치가 하는 격투기라며 할리우드 스타의 이름을 빌려 가며 소개하던 때도 있었다.


방송 매체를 통해서 알려지면서 수련인구가 꾸준히 늘었다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짓수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듣고, 새로운 자수법이나 도수치료냐며 질문을 하기도 했다.


내가 수련을 시작한 2015년도만 해도 50명 남짓이던 국내 블랙벨트 수련자 수는, 2019년도 말 기준으로 전국에 260명에 달한다. 10년은 수련을 해야 블랙벨트를 받는다니, 지난 5년간 수련을 멈추지 않은 고수들이 전국에 최소 200명이 된다는 거다.


이제 주짓수는 대한민국 생활체육의 현장으로 성큼 들어왔다. 수련을 시작하는 사람 중에는 무술을 접해보지 못했던 사람은 물론이고, 평생 운동을 안 하다 생애 첫 운동으로 선택했다는 사람도 있다.


주짓수 체육관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 이름에 주짓수 단어를 더해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니 6개의 체육관이 검색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수영을 하거나 배드민턴을 하는 것처럼 쉽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출처: 네이버 지도

하지만,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만으로 체육관 입관까지 하게 되기 어렵다. 낯설어서다. 아무리 멋진 것이라도 낯설면 다가가기가 어렵다. 직접 경험은 못 해도 간접경험, 그러니까 남이 하는 것이라도 보고 들은 것이 있어야 나중에라도 선택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보고 들은 것은 훨씬 거부감이 덜한데, 주짓수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20년 되었다고 하나, 방송이나 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은 몇 년 되지 않으니 어린 시절부터 주짓수를 접해서 성인이 된 경우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더는 프랑스에서 들어온 새로운 자수법이나 도수치료의 일종이 나며 오해받는 일은 없지만, 2018년도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에서 성기라 선수가 주짓수로 금메달을 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에 대해서, 나는 주짓수가 아직은 대중에게 익숙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종목이지만, 수련자 중에는 주짓수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증언을 쏟아내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수련자를 친구나 애인으로 둔 사람은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고 한다. "도대체 뭐가 좋아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같이 놀자고 해도 체육관에만 가 있고, 공휴일에도 체육관 갈 생각만 하네."


머릿속에 주짓수만 들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어떤 유명 연예인은 구속 영장이 기각되자마자 체육관에 갔다가 적절치 못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주짓수가 세상을 구한다고?


무엇 때문일까? 뭐가 그렇게 좋아서 수련자들은 주짓수가 세상을 구한다는 말까지 만들어내는 것일까? 수련을 시작하면, 그전에는 일어나지 않던 일들이 일어난다. 운동신경이 발달하고 근육이 늘어나는 등, 몸에 일어나는 변화도 있지만, 수련은 마음에도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킨다.


주짓수는 변화를 일으킨다.


격투기나 무술 수련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변화는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 맞먹는다. 주짓수로 삶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수련자들이 생기는 것은 그 경험이 새롭고 강렬해서다. 수련을 시작한 마흔둘이 되기까지, 그 흔한 태권도 도장에도 가본 적 없었던 나도 마찬가지다. 좌충우돌 5년의 수련 기간이 흐른 지금, 내 몸과 마음에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 경험을 추려서 브런치를 통해 연재하려고 한다. 주짓수 수련을 하면서 겪은 변화, 특히 심리상담 전문가로서 관찰하고 경험한 마음의 변화를 중심으로 말이다.


주짓수라는 신대륙에 많은 사람이 방문하여 새로운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가능하다면 터를 잡고 오랜 시간 머물렀으면 좋겠다. 경험은 깊어질수록 큰 변화를 만들어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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