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지는 가슴,
죄어오는 명치,
뻣뻣한 어깨,
짧아지는 호흡
몸에서 일어나는 이런 미세한 감각의 변화 안에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꿀꺽 삼킨 아이의 서러움,
'악'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얼어붙었던 공포,
도망치지 못하고 자신을 내어버릴 수밖에 없던 좌절,
몇 년 전,
어쩌면 몇 십 년 전
일어났던 감정의 파동들은
몸속 어딘가에 잠들어있다.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또는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
이를테면 엄마와 아빠,,, 를 지키기 위해
삼켜야 했던 분노와 억울함.
그 파동은
머리뼈와 목뼈 사이에,
쇄골과 갈비뼈 사이에,
팔꿈치와 골반 안쪽에
아무렇지 않은 척 스며들어 있다.
몇십 년이 지나도 살아남은 이 감정의 에너지들은
여전히 강렬하고 생명력이 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는 하지만...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할 때
깊은 심해에 잠들어 있던 기억은
쓰나미처럼 오늘의 호흡을 덮친다.
맑은 판단과 현재의 숨을
순식간에 집어삼킨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
들리고 있는 소리를 듣고,
몸 안의 숨을 느끼는 일.
한 번의 눈 깜빡임,
한 번의 길고 느린 호흡이
과거와 현재를 다시 분리해 준다.
그 순간 필요한 것은
조금 더 안정적인 또 하나의 숨,
조금 더 넓어진 하나의 시선.
그리고
우리를 현재로 안내해 줄
안전한 다른 존재.
감정은 몸을 타고 흐른다.
흐르게 두면, 우리는 다시 지금으로 돌아올 수 있다.
청라 상담실에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