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상담실에 오는 첫날, 마음이 바쁜 분들이 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말을 이어갑니다.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이야기가 밀려 나옵니다.
마치 지금 이 시간을 놓치면 안 되는 것처럼.
“왜 그렇게 빨리 이야기하세요?”
조심스럽게 물으면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제가 최대한 많이 말씀드려야
제 상태를 빨리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전달하려고 애쓰는 마음과 이미 먼저 달리고 있는 몸의 상태를 보게 됩니다.
이야기가 너무 많을 때, 몸은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나, 폭발하거나 얼어붙게 됩니다.
가슴은 점점 조여들고, 숨은 얕아지고, 말은 이어지는데 몸은 점점 더 쫓기듯 긴장해집니다.
이 상태로 50분 내내 말을 하면 상담이 끝나갈 무렵에는 몸이 먼저 지쳐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조금 천천히 이야기해 볼까요?”
그런데 이 말은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시간을 끌려는 건가?
회기를 늘리려는 건가?
시간이 흘러 좀 더 진솔한 이야기를 하게 될 때, 속 마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솔직한 답 덕분에 속도를 늦추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어떤 위협처럼 느껴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그 위협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솔직한 마음을 소통하기에는 수 회기, 때로는 수년이걸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다르게 묻습니다.
"지금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라고요.
이 질문은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만들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게 만듭니다. 미처 해결하지 못한 과거가 만들어내는 조급함은 잦아들고
지금- 여기(here-now) 현실의 감각으로 주의가 옮겨집니다.
이렇게 주의가 생각(thinking)에서 감각(sensing)으로 전환될 때, 몸으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집니다.
생각하기의 회로는 잠시 쉬고, 감각하기의 회로가 조금씩 깨어납니다.
뇌와 신경계가 경험에 따라 스스로를 바꾸어 가는 힘,
신경가소성은 그때 비로소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지금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라는 질문은 생각을 멈추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말보다 먼저 반응하고 있던 몸을 비로소 만나게 하기 위한 초대입니다.
우리는 그때서야 알게 됩니다.
마음은 생각으로 다스려지는 것이 아니라, 몸을 따라 흐를 때 비로소 풀린다는 것을요.
마인드 바디 센싱은 신체기반 심리치료(Somatic Therapy)를 바탕으로 안유선 상담사가 진행하는 워크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