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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선 Dec 15. 2020

제발 아이들을 때리지 마세요.

얼어붙은 마음 바다

제발 아이들을 때리지 마세요

얼어붙은 마음 바다


주먹으로 구타, 몽둥이로 가격, 칼로 위협... 전쟁 지역에서 일어나거나 폭력배들이나 저지를 법한 일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런 일들이 대한민국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희생을 당하는 아이들이 있다. 두들겨 맞고 한겨울에 집 밖으로 쫓겨나기도 하고, 발목을 잡혀 바닥에 질질 끌려가기도 하고, 잠을 자다 술 취한 양육자의 손에 목을 졸려 잠을 깨기도 한다.


가정 폭력 피해를 입은 아이들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는다. 마음이 얼어붙은 아이들은 '세상은 불완전하지만 그럼에도 괜찮다'는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고 세상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기 어려워진다.


어렸을 때 안 맞고 큰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다 맞고 크는 거지.


어려을 때 안 맞고 큰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다 맞고 크는 거지라며 양육자의 체벌에 관대한 분들이 아직도 있는지. 폭력이 남기는 흔적이 얼마나 지독한지 안다면 그런 생각을 하기 힘들 것이다.


폭력은 다 나쁘지만 양육자들이 자녀에게 가하는 폭력은 치명적이다.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신체적 안전감을 박탈당한 경험은 몸과 마음에 큰 고통을 남긴다. 믿었던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 절망감,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고통감을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은 스스로 얼어붙는 방법을 선택한다.


마음은 그렇게 꽁꽁 얼어붙는다.


그런 마음을 갖은 채 어른이 된 사람들이 있다. 겉으로 봐서는 표시가 나지 않는다. 마음은 숨기려고 작정하면 어느 정도는 숨길 수 있으니까. 마음이 얼어붙어도 살 수는 있다. 대신 마음이 얼어붙지 않은 사람들처럼 살기는 어렵다.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린 내담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하는 것이 있다. 자연스럽지 못함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지 못하다. 과도하게 경직되기도 하고 또는 정반대로 과도하게 예민하기도 하다.  


이런 어색함은 스스로도 알아차릴 수 있어서 이들은 어색한 자기 모습을 만회하는 법을 본능적으로 찾는다. 학업이나 업무에 열중해서 성취를 이루는데 집중하거나, 불안한 자신을 철저히 숨기면서 살아간다.  또는 과도하게 경직되거나 예민한 모습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은 많은 정신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래서 마음 바다가 얼어붙은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낀다. 활력을 느끼기 어렵고 쉽게 지친다.

불안전한 애착에 외상이나 유기의 상태가 더해지면 정신화(mentalize)할 수 있는 능력, 즉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마음을 동기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의 발달이 저해된다.

GLEN O. GABBARD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것은 마음, 즉 생각과 감정을 동기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정신화 능력이다. 자녀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부모들은 큰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어린 시절 가정 폭력에 노출시키지 않는 것을 더 염두해야 한다.


정신화 능력이란, 쉽게 말해 마음먹은 것을 해내는 능력이다.


정신화 능력이란, 쉽게 말해 마음먹은 것을 해내는 능력이다.  원하는 것을 꿈꾸고 실행하고 성취해내는 능력이니,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소중한 능력인가.  양육자의 폭력은 이 능력을 키우는 데 있어 치명적으로 해악 하다.

나는 어렸을 때, 더 많이 맞았다. 나는 괜찮은데
우리 아이는 내가 몇 대 때리지도 않았는데...

'나는 더 많이 맞았다. 우리 아이는 내가 몇 대 때리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주시는 분들이 시다. 그 궁금증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답을 드려보겠다.



마음 바다에 꽃이 필 때까지

안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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