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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선 Dec 05. 2020

심리상담, 아직 그런 것을 할 정도는 아니라서.

저항에 대해서...아직은 배에서 내리기 싫은 사람들

심리상담, 아직 그런 것을 할 정도는 아니라서

저항에 대해서...아직은 배에서 내리기 싫은 사람들


'저분도 마음 바다로 탐험 좀 떠나셔야겠네...'


나는 심리상담을 마음 바다 탐험이라고 한다. 열 길 물속보다 더 깊다는 한 길 사람 속을 들여다보는 일을 하다 보니, 심리상담이  바다 탐험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심리상담 치료를 받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들을 주위에서 종종 본다. 증상이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경우도 있고, 감추려고 애를 써도 말과 행동에서 병든 마음의 징후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중에도 있고, 우연히 마주치며 지나치는 사람들 중에도 치료를 받으면 분명 도움이 되겠다 싶은 경우가 있지만, 나는 일터가 아닌 곳에서는 웬만해서는 심리상담을 권하지 않는다. 저항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나는 일터가 아닌 곳에서는 웬만해서는 심리상담을 권하지 않는다.


마음 바다 탐험을 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입수를 코 앞에 두고도 마음이 바뀌고, 깊은 바다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우면서도 조마조마해진다고 한다. 바다 한가운데까지 나가서 배 난간을 꼭 붙들고 버티듯이 '아직은 마음 바다 탐험이 준비가 안되었어'라며 어렵게 한 결심을 뒤집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한테 심리상담을 권하면 열이면 열 이런 대답을 한다. 


심리상담? 아직은 그런 것을 할 정도는 아니야.

"심리상담? 아직은 그런 것을 할 정도는 아니야.”

이런 대답을 하는 데는 두 가지 정도 이유가 있다. 하나는 심리상담은 나약한 사람들이나 받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어서고, 또 하나는 자신은 그렇게 약해지지 않다는 확신 때문이다. 이 편견과 확신에 대한 생각을 써보려 한다.  틀린 생각이니 고치라고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고, 심리상담이 필요한 분들이 너무 늦지 않게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래서다.  


억지로 설득해서 시작되는 심리상담은 큰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마음을 치유하려는 의지는 스스로 만들어질 때만 효과로 이어진다.


마음을 고치는 것은 몸을 고치는 것과 다르다. 몸을 잘 고치려면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 마음을 잘 고치려면 끝까지 고쳐보겠다는 결심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좋은 치료자를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다. 그래서 몸이 아픈 사람은 병원에 데려다만 놓아도 치료가 되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은 그렇지가 못하다.


앞에서 말한 편견과 확신에 대해서 돌아가 이야기해보겠다

심리상담은 나약한 사람들이나 받는 것'이라는 편견

보통 우울이나 불안 증상이 드러나고 나서 방문하는 곳이 심리상담실이다보니, 심리상담은 마음이 나약한 사람들이나 받는 것이라는 시선이 있다. 심리상담을 받게 되는 때가 마음이 약해진 때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아픈 몸과 마음을 이끌고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시간을 지켜 치료를 받는 분들을 보고 있으면 나약한 분들을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용기 있고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확신이 든다.자신의 문제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마음울 가진 이들, 얼마나 용감한 사람들인가?


자신은 그렇게 약해지지 않았다는 확신

코로나 블루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마음 건강 관리에 있어서 자기만은 괜찮다고 자신하기가 어려워졌다.  우울증 환자수를 놓고 보면, 2016년 64만 3천 명이었던 환자수는  2019년 79만 8천에 있어, 올해는 4월 기준으로 50만 명이 집계되었다 한다. 코로나 블루의 위력이 실감이 된다.


갑작스러운 실직, 사업 실패, 구직 실패들이 발생하며 스트레스 요인은 늘어나고, 체육시설과 문화시설의 집합 제재로 스트레스를 해결할 출구는 줄어들고 있다. 스트레스는 늘어나는데 해결할 길은 막혀 있으니 정신건강에 자신 있다고 큰 소리를 쳤던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가 어려워졌다. 마음 건강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요즘, 심리상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심리상담, 마음 바다 탐험에 대해서 관심이 늘고는 있지만, 그 중 일부의 사람들만이 시작한다. 낯선 사람에게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 때문 만은 아니다. 마음 바다 탐험을 하지 않으려는 것은 저 나름의 방식으로 유지하고 있는 마음 바닷속 평형상태를 지키려는 것이다.  정신 역동 치료자들은 이를 두고 치료에 대한 무의식적 '저항'이 활성화되었다고 말한다. 이 '저항'은 치료가 시작되기 전에도 일어나고, 치료 중에도 일어난다. 

저항: 방어기제로 유지하고 있는 마음속 평온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

마음이 충격을 받아서 흔들거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균형을 잡는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 일어난 일은 나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못해'라며 문제 자체를 부정하기도 하고 또는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편한 생각과 감정은 다 누구 때문이야'라며 남 탓을 한다. 이런 방법들로도 마음 바닷속 출렁이는 파도를 잠재울 수 있다. 각각 부정 (Denial)이나 투사(projection)라 부르는는데 방어기제 중에도 미성숙한 방어기제로 분류되는 것들이다. 방어기제에 대해서는 따로 한번 정리하는 글을 써보겠다.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간단하고 쉬운 것이 없어서 마음을 다루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또는 감당할 수 없는 큰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일수록 이런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치료 시작 전, 저항이 심하게 일어나는 분들에게는 심리상담을 서둘러 시작하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심리상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자료들을 접해 볼 것을 권한다. 요즘은 심리상담이나 치유에 대한 콘텐츠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좋은 책들도 많고 무료로 볼 수 있는 영상들도 많다. 


조금씩 조금씩 이해가 쌓이면 자기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보이는 때가 온다. 얼마나 높은 파도가 일고 있는지, 얼마나 큰 소용돌이가 치고 있는지가 보인다. 보는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필요한 결정을 한다.


앞으로 쓰게 될 글들이 심리상담이 궁금한 분들과 심리상담을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마음 바다에 꽃이 필 때까지

마인드 플로리스트

안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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