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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선 Dec 27. 2020

소망으로 우울을 탈출한다.

마음 바다에 꽃이 필 때까지

소망으로 우울을 탈출한다.

<마음 바다에 꽃이 필 때까지>


한참 우울하던 시절, 누구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더군요. 이혼 후 나누어 받은 재산은 잘못 투자해서 돈이 꽁꽁 묶인 채 빚은 늘어나고, "당신은 우리 회사에 안 맞으니 나가"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퇴사를 하고 나니 살 길이 막막했어요. 사춘기 애들 둘 혼자서 키우는데 감당은 안되고 우울증상은 계속 깊어만 갔지요. 약물치료는 받고 있었는데 상담 치료를 받을 형편은 안되었어요.

하루는 너무 답답해서 커다란 전지를 한 장 사서 그곳에 제가 원하는 것을 적어 봤어요.

1. 일자리 구할 수 있기를. 월 300만 원 이상 벌 수 있는 곳으로
2. 우울을 결국 극복해내고 그 내용을 글로 써서 출판하기
3. 아프지 말기.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 거리두기.
4. 큰 아이 회복되어서 다시 학교 갈 수 있게 되길
5. 작은 아이 원하는 것 이룰 수 있도록 내가 잘 돕길

또박또박 쓸 기운이 없어서 삐뚤빼뚤 적힌 글씨가 가득한 커다란 종이를 거실 벽에 테이프로 붙여 놓았어요. 테이프로 붙여 놓으니 자꾸 떨어져서 나중에는 기다란 핀으로 벽 위에 고정을 시켜놓았어요. 이 종이는 일 년 넘게 거실 벽에 붙어 있었는데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속으로 '제발', '꼭' 이렇게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너무 답답한 날에는 종이 위에 "반드시"라고 적기도 했어요.


기도 제목이기도 했고 그때는 꿈만 갖던 일들, 이년이 넘은 지금 돌아보니 다 이루어졌어요. 제  건강을 지키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잘 키우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일이지만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요.

우울에서 빠져나오려면 '소망'을 찾아내는 게 중요해요.

우울에서 빠져나오려면 '소망'을 찾아내는 게 중요해요.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작고 평범해도 상관없어요. 대신 나에게 중요한 것이라야 해요. 남들이 보기에 중요한 것을 꿈으로 품는 것은 효과가 없어요.


예를 들어 우울한 자녀에게 부모님이 '공무원 시험 합격'이 되면 힘든 것들이 다 해결될 것이라고 자녀가 공무원 되기를 꿈꾸기를 바라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어요. 시간이 걸려도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가를 찾아주고 자녀가 스스로 소망을 품게 되기를 기다려줘야 해요.


깊은 우울의 터널을 지나가는 분들에게 전해드리고 싶어요. 아무리 망가진 마음도 망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을요. '나는 끝났어. 다 떠났고 나만 버려졌어.'라는 생각이 들 때에도 소망을 찾을 수 있어요. 말도 안되고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원하는 것을 글로 적고 소리 내어 말하세요.

내가 원하는 것을 내 안에 품는 것처럼 강력한 치유가 없어요. 꽁꽁 얼어버린 마음 바다도 소망의 빛에는 녹아내린 답니다.



우울의 파도를 넘어 마음 바다에 꽃이 필 때까지

안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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