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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선 Jan 10. 2021

심리상담, 매우 사적인 퍼즐 맞추기

마음 바다에 꽃이 필 때까지

심리상담, 매우 사적인 퍼즐 맞추기

마음 바다에 꽃이 필 때까지

심리상담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심리상담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 궁금한 것들이 생길 겁니다.


'상담실에서 무슨 말이 오고 가는 거지?', 무슨 말을 어떻게 하길래 아픈 마음이 치료된다는 거야?'

라며 호기심과 의구심이 뒤섞인 질문들이 떠오를 거예요.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의, 흔히 말해  대나무 숲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칠 때의 시원함으로 치료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고 울며 불며 감정을 쏟아내는 카타르시스로 치료가 된다는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자신감을 얻어 치료가 된다는 것인지 궁금해지죠. 그러다가 심리상담이 겨우 그런 것이라면 친한 친구에게 속을 털어놓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싶을 수도 있습니다.  


비밀을 털어놓고, 감정의 정화를 하고, 내 편이 되는 사람과 이야기하기, 이 모든 것이 심리상담실에서 일어나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 것들은 하나의 큰 목표를 위한 것인데, 그것은 바로 마음의 퍼즐 조각 맞추기입니다.


심리상담은 마음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일입니다.

심리상담을 설명할 때 자주 드는 비유들이 있습니다. 누구는 상담사라는 거울에 마음을 비추어보는 것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그을음이 가득 낀 마음이라는 굴뚝을 청소하는 일이라고도 합니다. 여러 가지 비유들 중에 퍼즐 조각을 맞추는 비유가 심리상담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봅니다. 특히 퍼즐 조각이 만개쯤 되는 대형 퍼즐 맞추기는 심리상담을 설명하기에 딱 들어맞습니다.


인내심이 필요하며,  조금씩 꾸준히 해야 하고, 처음에는 막막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도 붙고 신이 난다는 점에서 심리상담과 퍼즐 조각 맞추기는 비슷합니다.


심리상담이 궁금해지다가도 상담실 방문이 꺼려지는 이유 중 하나는  "내 마음은 내가 제일 잘 알지. 생판 모르는 사람이 나를 알아봤자 얼마나 알겠어?"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내 마음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오죽하면 프로이트가 "우리가 알고 있는 마음은 빙산의 일각이다"라는 말을 했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대형 퍼즐 조각 중 아주 일부분만 맞추어진 마음을 보고 살아갑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사는 거죠.  자신을 잘 모르고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는 있는데, 인생의 위기가 찾아오는 게 문제예요.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힘든 때가 찾아오거든요.


인생의 위기의 순간, 스트레스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고 삶이 버거워지죠. 자신의 가지고 있는 퍼즐 조각만으로는 살아가기 어려운 때가 찾아와요. 몸과 마음에 병이 생깁니다. 이때, 자기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힘든 시기라도 피해를 줄이면서 넘어갈 수 있어요.


내 마음을 알아갈수록 내가 쓸 수 있는 힘이 커집니다.

마음의 퍼즐 조각을 많이 찾으면 찾을수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뚜렷해집니다.  자기 이해가 깊어지면 이전에는 없던 힘이 생기죠. 덜 휘청거리고 덜 아프게 돼요. 몇 개 안 되는 마음 조각을 손에 들고 세상을 살아갈 때와는 차원이 다른 단단함이 차오릅니다. 내 마음을 알아갈수록 내가 쓸 수 있는 힘이 커지고 신기하게 마음도 치유가 돼요.


심리상담이 마음의 퍼즐 맞추기라고 하면 상담사가 퍼즐 조각을 찾아주냐고 묻는 분들이 있어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심리상담사는 퍼즐 조각 찾기를 "돕는 일"을 합니다.


심리상담사는 마음의 퍼즐 조각 찾기를 도와드립니다.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아있는 퍼즐 조각이 잘 떠오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생각, 감정, 감각, 기억 등이 잘 떠오르도록 가장 적절한 때에 가장 적절한 질문을 해서 떠오르지 못하고 있는 마음의 퍼즐 조각을 떠오르게 합니다.


떠오른 마음의 조각들은 쉽게 제자리를 찾기도 하지만 한동안 자리를 찾지 못하기도 해요. 가령, 어렸을 때 겪은 트라우마가  떠오르고 나면,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내가 그래서 예민하다는 거야?" 라며 의문이 생기지요.


어릴적 트라우마와 나의 예민함이라는 두 가지의 퍼즐 조각이 떠오르면 그 둘을 이어 맞추라는 건가 싶어요. 맞춰볼 것인가 말 것인가는 퍼즐 조각의 주인이 하는 거예요. 만약에 그 둘을 이어 맞추는 것에 확신이 들지 않으면, 그 둘 사이에는 조금 더 찾아야 할 퍼즐 조각이 있는 거예요. 확신이 들지 않으면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게 나아요. 떠오른 것들을 모두 줄줄이 이어 맞추었다가는 나중에 다시 다 떼어내는 수고를 해야 하거든요.

심리상담은 매우 사적인 퍼즐 맞추기입니다.

심리상담은 매우 사적인 퍼즐 맞추기예요. 옆에서 지켜보던 심리상담사가 "이렇게 맞춰봐요"라며 훈수를 둘 수 없어요. "내 경험상 이렇게 하는 게 맞아요"라며 재촉하는 것은 제대로 된  심리상담이라고 보기 어렵지요.


퍼즐 조각의 주인만이 맞출 수 있는 마음의 조각 맞추기, 심리상담은 사적인 퍼즐 맞추기입니다.




마음 바다에 꽃이 필 때까지

상담심리 전문가

안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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