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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유선 Mar 25. 2022

마음을 고치는 나라

 환영사

환영사


마음을 고치는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마음을 고치는 나라는 마음이 아픈 분들을 위한 치유의 공간입니다. 이곳을 사람들은 심리치료실이라고 부르고, 저처럼 마음을 고치는 사람들을 심리치료사라고 부릅니다.

제가 심리치료실을 ‘마음을 고치는 나라’라고 유난을 떨며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심리치료실이 일상과 구분되는 곳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심리치료실에는 그곳에서 통용되는 말, 규칙, 법칙이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이것들을 하나씩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마음을 고치는 나라에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이기도 하고 마음을 고치는 사람들, 저와 같은 심리치료사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요즘 마음을 고치는 나라에 입국자가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 블루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이 코로나 이전보다 최소 3배 이상 늘어났다고 합니다. 마음이 아픈 분들이 늘어나니 마음을 고치는 나라 입국자가 늘어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요. 마음을 고치는 나라에는 마음이 아픈 분들이 오십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마음을 고치는 나라에 오는 것을 두 손 들고 환영할 것은 못 됩니다.

그래도 저는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왜냐하면 이제 여러분 앞에는 치유의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간 마음의 병을 앓고 있으면서 자신은 아무런 문제없다며 어금니 꽉 깨물고 버티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입니다. 저는 마음을 고치는 나라의 입국자 여러분들 앞에 치유의 길이 열린 것을 축하하며 그 길 끝에 치유의 열매가 맺기를 기원합니다.    

  

정신건강을 다루는 TV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기 스타와 사회 명사들이 출연해서는 전 국민 앞에서 자신의 정신건강을 감정해달라고 앞다투어 줄을 섭니다. 어떤 경우는 저렇게까지 다 드러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아슬아슬할 정도입니다.

아픈 마음을 드러내도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마음이 아픈 것을 감추기보다는 솔직하게 드러내고 낫기를 바라자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마음을 고치는 나라에 관심도 늘고, 이용자도 늘고 있습니다.

이 글 서두에 심리치료실에서 통용되는 말, 규칙, 법칙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잘 알고 치료를 받으면 치료의 효과는 높아지고 모른 채 받으면 효과는 떨어집니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이 사실을 모른 채 마음을 고치는 나라에 오십니다.

심리치료실에서 주로 통용되는 말과 규칙, 원리가 있는지 처음 들어봤다고요? 그런 것이 정말 있기는 한 것이냐고요? 제가 앞으로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심리치료가 익숙한 분들에게는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새삼스러울 정도로 당연한 것들입니다.

비행기 여행을 예로 비유를 든다면, 이륙과 하강 시에는 등받이를 세우고 안전벨트 매기, 기체가 흔들릴 때는 화장실 가지 말기, 의자를 젖힐 때는 뒷사람을 확인하기와 같은 기본적인 규칙과 에티켓 수준인 것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이런 내용 안내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 분들이라면 굳이 이 글을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비행기 여행이 대중적이지 않던 시절, 누군가 비행기 입구에서 신을 벗고 탔더라는 실수담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비행기 입구에서 신을 벗고 탈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비행기 여행이 익숙해졌기 때문이죠.

그런데 심리치료는 아직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행기 입구에서 신을 벗고 타거나, 이륙과 하강 시에 안전벨트를 풀고 비행기 안을 활보하는 수준의 실수가 심리치료실에서 종종 벌어집니다. 심리치료가 익숙한 사람은 절대로 하지 않을 법한 실수를 하고도 실수를 한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중에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얼굴이 화끈거릴만한 일들입니다. <마음을 고치는 나라>에 담을 글들은 그런 실수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들입니다.

심리치료실에서만 통용되는 말, 규칙, 원리가 있는지 모른 채 심리치료를 시작하면 몇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첫째,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중도 포기할 수 있습니다. 이루어내야 하는 목표가 있을 때 말이 안 통하는 것만큼 답답한 노릇이 없습니다. 이십 년 전쯤, 일본에 처음으로 갔을 때, 영어가 적히지 않은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영어와 불어는 읽고 쓸 수 있지만, 일본어는 열 개 정도의 단어 뜻만 알 정도로 까막눈입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 동행 덕에 가까스로 여행을 마치기는 했지만, 말이 안 통하는 경험을 난생처음 하다 보니 여행이고 뭐고 얼른 집에만 가고 싶었습니다.

심리치료실 방문을 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음을 먹었다 말았다 하기를 수십 번 반복하고, 치료기관을 이곳저곳 수소문하고 검색하고 찾고 방문하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심리치료실에 와보니 심리치료사랑 말이 잘 안 통하는 것 같고, 잘하고 싶은 마음만큼 잘 되지 않으면 그 실망감을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고, 실망은 포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치료에 대한 동기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마음을 고치는 나라에서  적절한 행동을 못하고 실수를 하다 보면, 치료 속도가 느려집니다. 물론 치료실에서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그 실수를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을 돌이켜보면 치료 초반에 실수가 잦으면 마음을 고쳐보겠다는 열의에 손상이 갑니다. 시간이 지나도 뭔가 잘 안 되는 느낌만 들고 치료 효과를 확인하지 못하니, 치료를 해보겠다는 결심까지 흔들리게 됩니다.     

셋째,  치료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오해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변화가 시작되었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느끼거나, 치료사는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애를 쓰는데 치료자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치료 대신 상처를 얻어갈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실에서 받는 상처는 도움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순간에 받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더 아프게 느껴집니다.  


제가 앞으로 말씀드릴 내용은 심리치료를 이해하는데 기본적이며 동시에 중요한 것입니다. 마음을 고치는 나라에 도착한 여러분들이 안전하게 여행을 마치고 도움이 될 만한  여행 가이드라고  읽으셔도 좋겠습니다. 제가 심리치료실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 들었다면 시행착오를 많이 줄였을 만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을 고치는 나라 입국을 환영하며 즐거운 여행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고치는 나라>에 실을 치료 사례 내담자 보호 차원에서  모두 창작된 사례만 사용하였을 알려드립니다. 실제 사례에서 영감을 받았으나 여러 사례를 합성하였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되도록 내용을 각색하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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