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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Sep 17. 2024

[EP1.] 알리오 올리오

아내를 위한 첫 요리

바이올린을 하고 있는 아내는 더 공부를 하기 위해서 2년 전에 일본으로 홀로 떠났다. 우리는 1년간 떨어져 지냈었는데, 아내 없이 혼자 사는 게 힘들었던 나는 올해 1월 아내 따라 일본으로 왔다.


일본에서 좋은 교수님을 만나 좋은 기회로 열심히 배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바이올린을 30분조차 못하게 되었다. 30분을 조금 넘게 연습을 하면, 어깨와 턱이 너무 아프고 심지어 소화도 안되었다. 설상가상으로 20대인 아내의 팔꿈치에 석회도 생긴 것이다. 아내는 이제 악기는커녕 간단한 정리도 힘들어졌다.


우리는 치료를 위해서 한국으로 귀국하여, 정밀진단을 받았는데... 아내는 이미 목디스크가 진행 중이었으며, 계속해서 악기를 하면 디스크가 터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일생을 바이올린과 함께한 아내가 갑자기 바이올린을 그만둬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고, 나는 도대체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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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보다 행동이 최고의 위로라고 생각한 나는 아내 대신 집안일과 요리를 하기로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집안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아내의 건강을 빠른 시일 내에 찾아주고 싶었다.


저녁 메뉴를 준비를 하면서, 아내가 매일 메뉴 고르는 게 힘들다고 여러 번 말했던 게 생각이 났다. 당장 오늘 저녁 요리를 시작하는데,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약 5분간 뇌의 세포를 풀가동해, 건강과 좋아하는 음식의 교집합인 것을 생각해 냈고, 그게 바로 나의 첫 요리 알리오 올리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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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오 올리오를 자주 먹긴 했지만, 무슨 뜻인지 몰랐다.

알리오는 마늘, 올리오는 올리브였다.


알리오 올리오는 이탈리아에서 출출할 때, 간단하게 조리해 먹는 식사라고 했다. 그만큼 속에 부담이 없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라고 생각이 든다. 단, 좋은 올리브 오일과 신선한 마을 그리고 자연건조한 면을 사용했을 시 말이다.


오늘의 알리오 올리오는 알리오 알리오 알리오 알리오 올리오였다.


나와 아내는 마늘과 매콤한 맛을 좋아해서, 레시피보다 5배 더 마늘을 넣었고, 매운 페페론치노를 5개 정도 넣었다.


올리브유는 대회에서 수상한 올리브유로 아마존에서 열심히 서치 해서 구매한 걸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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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오 알리오 알리오....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다 보니, 마늘을 까고 다지는 것만으로 오래 걸렸다. 그래도 재료 손질을 하는 것이 피곤하고 어렵다고 느껴지기보단, 하나하나 해내가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요리가 처음이라 즐거웠을지도 모르지만, 나랑 좀 잘 맞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만테카레를 해주고...

아내를 위한 나의 첫 요리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즐겁게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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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신선한 올리브유와 30알의 마늘의 향이 조화로웠고,

페페론치노의 매콤함이 식욕을 자극하는 맛이었다.

그리고 자연건조한 면은 속이 거북하지 않았고 소화가 쉬웠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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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아내,

아프지 않고 행복하길 바란다.


너무 잘 먹어서, 다음엔 어떤 요리를 해줘야 할지

글을 쓰는 지금도 고민이 된다.


09.17.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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