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제비츠 <전쟁론> 1
전쟁은 불확실성의 영역이다. 전쟁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4분의 3은 많든 적든 큰 불확실성의 안개에 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일 먼저 정교하고 날카로운 지성이 요구되고, 그런 지성의 판단력으로 현상의 진실을 감지하게 된다. 전쟁은 우연의 영역이다. 인간의 활동에서 전쟁만큼 우연에 많은 여지를 주는 것도 없다. 인간의 어느 활동도 전쟁만큼 모든 측면에서 우연과 끊임없이 접촉하는 활동도 없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한 이 끊임없는 불화를 잘 견뎌 내야 한다면 정신에 두 가지의 특성이 절대로 필요하다. 하나는 지성인데, 이것은 어떠한 어둠 속에서도 인간의 정신을 진실로 이끄는 내면적인 불빛의 흔적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희미한 불빛을 따르는 용기이다. 프랑스어의 표현으로 비유하여 말하면 전자는 통찰력coup d'œil이라고 불리고, 후자는 결단력이라고 불린다. 결단력은 하나하나의 경우에는 용기의 행동이고, 성격의 특징이 되면 정신의 습관이다. 이를테면 정신적인 위험에 대한 용기를 말하는 것이다. 지성은 먼저 용기의 감정을 일깨우고 이 감정에 의해 유지되고 수행되어야 한다. 절박한 순간에는 감정이 사고력보다 강하게 인간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들 앞에 놓여 있는 상황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지성은 본래의 힘을 잃는다. 침착성은 전쟁과 같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는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것이 예상하지 못한 일을 훌륭하게 극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 인간의 이런 훌륭한 특성이 그의 지성의 특성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감성의 균형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둘 중에 어느 한쪽도 완전히 없어서는 안 된다. 적절한 대답을 하는 것은 재치 있는 두뇌의 산물에 가깝고, 갑작스럽게 닥친 위험한 상황에서 적절한 수단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 감성의 균형을 전제로 한다.
_카알 폰 클라우제비츠 『전쟁론』 p.105~109
우리는 ‘실수’에 민감하다.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이 작은 부주의와 실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승패와 목숨이 걸린 전쟁터에서의 ‘실수’라면 덧붙여야 할 설명이 필요 없는 이야기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 <전쟁의 본질> 편을 읽으며 『경행록』의 경구를 떠올렸다. “아무도 없는 밀실에 앉아 있기를 마치 시장통 한복판에 있듯이 하고, 지극히 미미한 마음의 변화를 다루기를 마치 여섯 마리 말을 다루듯이 하면 가히 허물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정신력을 잘 길러두면 어떠한 상황 앞에서도 실수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경구의 핵심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안갯속처럼 불확실한 상황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결단력에는 감정을 고양시켜서 용기를 심어 줄 정신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절박한 상황 앞에서의 감정은 이성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앞에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뒤따르는 결단은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클라우제비츠는 그러므로 ‘침착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갑자기 닥친 위급한 상황에서는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는 균형 잡힌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정을 잘 다스렸던 인물 중 고대 아테네의 페리클레스가 있다. 군사작전보다는 지혜로운 책략을 써서 이기는 사람이었고, 무엇보다 지성과 차분한 정신력, 즉 평정심을 중요하게 여긴 사람이었다. 어떠한 순간에도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도록 훈련을 했고, 차분함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사람이다.
발타자르 그라시안도 평정심과 침착함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절대적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라. 지혜로운 사람이 반드시 갖춰야 할 한 가지 요소는 침착함이다. 절대로 흥분하지 않아야 한다. 완전한 사람은 온화하고 너그러운 마음씨를 지녔기에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는 걸 우린 잘 알고 있지만, 모든 알고 있음이 반드시 행동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자각이 필요하고, 훈련이 필요하다. 물론 피곤한 일이다. 그렇지만 살아가는 것이 하나의 전쟁터와 같다면(특히 요즘은 더더욱) 『전쟁론』을 집필한 클라우제비츠의 충고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마음은 때로는 위태롭고 때로는 보잘것없이 작아져 버린다. 특히 위기의 상황이 닥치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아져 버리는 게 마음이다. 이 마음을 잘 살펴서 몸의 주인으로 삼으면 "위태로운 것은 안정되고 아주 작은 것도 드러나게 되어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하는 어긋남이 없"다고 동양 사상은 말한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 감정에 지배되지 않는 균형 감각을 갖는 일이란 노력과 훈련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명상을 하며 깨닫는다. 명상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 훈련이다. 영화 쿵푸팬더에서 사부가 늘 하는 말 "평정심" 그 평정심이 승리의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