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가와현 여행-프롤로그

'정말 질리도록 우동을 먹고 올까?'

by 안상

'어떤 여행이라도 나름의 테마가 있다. 시코쿠에 갔을 때는 매일 죽어라 우동만 먹었으며, 니가타에서는 대낮부터 사케를 실컷 마셨다'
라는 글로 시작하는 하루키의 여행책을 읽은 게 이번 내 여행의 시작점이다.

혼자 가게 될 여행지를 고르는데 카가와를 떠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 질리도록 우동을 먹고 올까?'
이런 단순한 생각이었다. 아내에게는 '두 달 뒤 마흔이 되니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지 고민을 하고 오겠다'고 했다. 흔쾌히 허락해준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여행을 마무리하며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난 고민 없이, 죽어라 우동을 먹었다.

시코쿠 카가와현 다카마쓰시. 옛 이름은 사누키로, 우리가 아는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이자, 우동의 성지라 불리우는 곳이다. 가끔 친구들끼리 '머리에 우동사리가 들어찼냐'라는 말을 하는데, '우동이 좋아 우동만 생각'하는 '우동뇌'가 정말로 이 지역 마스코트다. 엽기적이다.

진짜다


연간 우동 소비량 230그릇. 쌀이 주식인지 우동이 주식인 지 헷갈릴 정도로 이 곳의 우동 사랑은 대단해서 일본 내에서도 영양불균형 비율이 오키나와급으로 높다고 한다. 이런 비정상이 너무 매력적이다. 나로서는 오기 전부터 카가와의 팬이 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일요일 아침, 이왕 가는 거 즐겁게 다녀오라는 아내와 6개월 된 아기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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