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현대인 A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체부 Feb 06. 2022

뉴스를 보면 친구가 생각난다

내 강박이 열등감이 아니라 우월감에서 나오는 걸까 봐


어제 뉴스를 보는데 올해 삼성전자의 성과급은 연봉의 50%로 결정됐다는 말을 들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그 회사의 직원이라는 사람이 자기 통장을 인증한 게시글을 봤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하이닉스의 직원들이 성과급에 불만을 표시하며 싸우고 있다는 뉴스도 들었다. 나와는 딴 세상 이야기. 딴 세상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 그런데 또 너무 멀지 않아서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닐까. 이런 얘기들은 어릴 때부터 계속 들어왔지만, 이제 회사의 이름을 들으면 친구들의 이름과 연결된다. 삼성전자에 다니는 A. 하이닉스에 다니는 B. 그리고 또 어디어디에 다니는 C. 그래도 가까웠던 친구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내가 느끼는 열등감은, 불안함은 그저 부러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같이 어울리기에 이제는 내가 너무 뒤처진다는 생각 때문일까? 최근의 나는 '나의 가난함'에 너무 집착했던 것 같다. 이렇게 숫자에 집착하는 나를 보면, 스스로에게 의심이 든다. 나는 나보다 수입이 적은 사람들을 속으로 무시하는 사람일까? 그럴리 없다고 믿으면서도, 내 이런 강박이 타인에 대한 열등감이 아닌, 우월감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을 하면 너무 무섭고 두렵다. 어쩌면 열등감과 우월감은 한끗차이니까.


오늘 부동산에 가서 이사갈 집을 알아보는데, 부동산 소장님 나보고 가진 재산이 얼마냐고 물어봤다. O천만 원이라고 했더니, 참 착실하게 잘 모았다고 얘기해주셨다. "아니, 제가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요"라고 대답했지만, 그래도 잘한 거라고, 겉보기에 허울좋은 사람들도 단 돈 몇천만 원조차 갖고 있지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들의 사정을 내가 다 알 수는 없지만, 분명 나는 모르는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소장님이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운 기분이 들었다. 뿌듯했다. 그건 다행스러움이었을까? 그 말에 난 우월감을 느꼈던 걸까? 아니면 그저 그동안 내 수고에 대한 칭찬을 들어 고마웠던 걸까? 그날의 안심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대강 알듯하지만 왠지 깊게 들여다보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 드는 날들. 나이가 들어도 똑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규직을 원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